[씨네스코프]
나의 노래는 나의 길을 가는 것, <나의 노래는> 촬영현장
2007-03-27
글 : 오정연
사진 : 이혜정

지난 3월11일 일요일 오전 10시. 안슬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나의 노래는>의 마지막 촬영현장은 용산 원효전자상가 근처였다. “일요일 아침부터 오시게 해서 죄송하네요”라며 안슬기 감독이 인사를 청한다. 감독 이전에 수학 선생님인 그이기에, 보충촬영이 일요일인 것은 피할 수 없는 처지다. 독립디지털장편 <나의 노래는>은 지난 2월14일에 촬영을 개시하여 28일까지 꽉 채운 14회차 촬영으로 본촬영을 마쳤다. 2년 전, <다섯은 너무 많아>를 겨울방학을 이용해 촬영·편집까지 마쳤던 안슬기 감독의 솜씨는 여전했다. 이날의 촬영분량인 마지막 두신은 영화의 에필로그에 해당한다.

주인공 희철(신현호)이 전자상가 뒷골목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여자친구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뒤, 전달해야 할 물건을 들고 건물 안에 들어간다. 네다섯컷을 십여 테이크 끝에 완성한 제작진이 향한 곳은 카메라 전문점. 뒷골목을 촬영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섭외한 카메라 가게에, 배달할 물건을 내려놓은 희철과 가게 주인이 주고받는 대화가 진행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세팅된다.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에서 사채업자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안슬기 감독이 이번에는 가게 주인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카메라 앞에 선다.

엉뚱한 대안가족(<다섯은 너무 많아>)에 이어 안슬기 감독이 관심을 기울이게 된 인물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특별한 꿈도 없이 주변을 떠도는 소년 희철이다. 친구를 대신해 음식을 배달하던 그는 우연히 영화과 대학생들의 실습작품에 배우로 캐스팅되어 그들의 열정을 막연히 동경하게 된다. 다소간의 설렘과 부러움, 약간의 배신감 끝에 깨달음을 얻게 된 그가 자신의 길을 향해 씩씩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멋모르고 장소를 제공한 실제 카메라 가게 주인의 얼굴에 조금씩 조급증이 엿보일 무렵, 바쁜 봄방학의 결과물이 될 영화의 촬영 역시 마무리된다. <나의 노래는>의 나머지 문장을 끝맺기 위한 후반작업은 이제 시작이지만 장비를 추스르는 제작진의 표정은 그저 밝다. 남들에겐 별것 아닌, 그러나 자신에게는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 희철의 마지막 표정과 많이 닮았다.

안슬기 감독 부인 김윤정씨

“영화 속 지나가는 행인이 접니다”

“감독 마누라야, 잘해~.” 희철이 오토바이에서 물건을 내리는 장면. 연기 타이밍이 자꾸만 어긋나고, 테이크가 늘어나자 감독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화면 뒤편으로 사라지는 점연기를 위해 몇번이고 같은 걸음을 해야 했던 보조출연자가 실은 안슬기 감독의 부인이었던 것이다. 대학 시절 과커플이었던 안슬기 감독과 10년째 함께 살고 있는 김윤정씨 역시 수학 교사. 평범한 남편이 어느 날 영화에 뛰어들더니, 급기야 두편의 장편영화를 덜컥 만들게 된 과정을 지켜본 그의 심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이게 내 일이 아니구나’ 그러고 그만둘 줄 알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단편에서 중편, 장편으로 넘어오면서 점점 돈이 조금씩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웃음) 항상 시나리오를 쓰면 저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면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데 많이 부담스러워요. (웃음) <나의 노래는>는 아무래도 제가 올해 실업계 고등학교로 옮겨서 그런지 어려운 환경에 있던 주인공이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 결말을 보니까 마음이 많이 뿌듯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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