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조폭가장의 비애를 맛보다, <우아한 세계> 첫 공개
2007-03-27
글 : 이영진

일시 3월26일 오후2시
장소 롯데시네마 애비뉴엘

이 영화
들개파의 중간 보스인 강인구(송강호)는 아파트 시행사업 권한을 따내 조직의 우두머리인 노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얻는다.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아파트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가족들로부터 가장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는 아파트 사업 건으로 크게 한몫 잡아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 한다. 노회장의 동생이자 자신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노상무(윤제문)의 방해에도, 깡패짓 그만두지 않으면 이혼하자고 으름장을 놓는 아내(박지영)의 성화에도,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기조차 싫어하는 딸 희순(김소은)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강인구는 가장이 되기 위한 처절한 싸움에 뛰어든다. 강인구는 조직에서도, 집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말말말
“일반 회사원과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건달입니다. 건달이 아니어도 누구나 치열한 세계와 마주해야 하는 것이고. 많은 남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특별히 캐릭터를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건달이자 동시에 가장인 인물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냐는 질문에 송강호)

“예. 저는 건달이(의) 마음을 잘 몰라요. 건달이가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양아치의 삶은 슬퍼요. 감독님은 주인공 남자를 나쁜 남자로 그리고 싶어했는데 송강호 씨 연기를 보면 (강인구가) 나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응원하고 싶어졌어요”(한국어로 또박또박 감상평을 털어놓은 음악감독 칸노요코)

100자평
<우아한 세계>는 도심의 차 안에서 피곤에 졸고 있는 그의 모습으로 시작한 뒤 결국 그가 텅 빈 대 저택에서 혼자 걸레질 하는 것으로 끝난다. 변하려고 몸부림치지만 그러지 못하는, 무언가 얻었지만 그걸 얻는 대신 더 중요한 걸 잃어버리게 되는 이야기. 늙은 깡패 가장(송강호)의 힘겨운 희생사. 멈춰서거나 파멸될 것 같은 지점들이 있지만, 영화는 그걸 전략적으로 지나치며 또 다시 그를 힘겹게 살아 있게 한다.
정한석/ <씨네21> 기자



조폭만이 조폭이 아니라, 기룬 것이 다 조폭이다. 이 명제는 <비열한 거리>에서도 확인 된 바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착하다가 아니라, 우리도 그들처럼 나쁘다는 것, 안다. 알고도 남음이 있다. <비열한 거리>에서 병두는 '우아한 (민간인의) 세계'를 꿈꾸었지만, 철저하게 파괴당한다. <우아한 세계>의 인구는 병두 보다 운이 좋다. 보스와의 관계도 돈독하고, 관리하는 사업체도 있고, 가정도 이루었다. 40대에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지만,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고, 소원하던 집(house)도 얻지만, 그의 집(home)은 평면TV 화면 속으로 떠나고, 그는 끝내 '우아한 세계' 바깥에 남는다. 그의 가족들은 그와 헤어지지도 화해하지도 않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해체된 것도 해체되지 않은 것도 아닌, '같기도-가정'. '기러기 아빠-가정'에 대한 사회학적 탐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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