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가 거대한 공룡들을 스크린에 되살려낸 지도 어언 14년. 할리우드 특수효과는 거대한 생명체들에게 마음껏 도시를 짓밟고 뛰어다닐 자유를 선사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어떤 회계사도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에 수천만달러를 투자하라고 마음껏 조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6월28일 전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하는 <트랜스포머>는 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을 주인공으로 거대예산의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할리우드의 대답이다.
행성 사이버트론에 사는 트랜스포머족 ‘디셉디콘’과 ‘오토봇’은 끝없는 전쟁을 벌이던 중 자원고갈이라는 위기를 맞는다. 오토봇의 우두머리 옵티머스 프라임은 디셉디콘과의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자원을 찾아나섰다가 지구에 불시착하는데, 문제는 디셉디콘들이 은밀히 그를 미행해왔다는 사실이다. 이제 오토봇들은 디셉디콘 일당에 대항해 지구의 운명마저 지켜야 한다. 로봇들의 모양새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트랜스포머>의 기원은 일본 완구업체 다카라가 80년대에 제작한 아동용 장난감 시리즈다. 1984년에 판권을 구매한 미국 완구회사 하스브로는 TV와 (한국계 넬슨 신이 감독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내놓았고, ‘트랜스포머스’는 거대 로봇의 전통이 희박한 미국 아이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트랜스포머’들이 <건담>처럼 진화한 세대의 병기형 로봇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거의 완벽할 정도로 애니메이션과 완구의 세계에 속한 존재들이다. 제작자 중 한 사람인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 역시 제작 초기에는 “로봇들을 애니메이션화해서 실제 장면과 합성해봤더니 정말 우스꽝스러워 보였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지난 3월29일 CGV용산에서 제한적으로 공개된 25분 분량의 클립은 제작진의 고민이 썩 즐길 만한 결과물로 변신했음을 예감케 한다. 특수효과는 압도적이고 마이클 베이의 전작들을 연상시키는 액션장면들이 소년 취향의 유머감각과 기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유아적으로 들린다면, 미국영화협회(MPAA)가 얼마 전 <트랜스포머>에 R등급(18세 이하 보호자 동반 관람가)을 부여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서스펜스가 지나치다”는 게 이유였다.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즉시 MPAA쪽에 항의서한을 보내 PG-13등급을 요구한 상태. 이 정도면 <트랜스포머>가 장난감 팔아먹기용 아동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