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8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2007-04-02
글 : 이영진
사진 : 강병진
8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4월26일부터 5월4일까지 9일 동안 펼쳐질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을 앞두고 200편에 가까운 상영작을 발표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4월2일 오후 5시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에는 모두 37개국 185편(장편 115편, 단편 70편)의 영화가 전주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하진 전주시장은 “출품작이 무려 1035편으로 지난해보다 147편이나 늘어 역대 최대”라며 “그동안 스탭들이 영화제의 정체성을 유지했고 또 탄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것이 국내외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개막작은 한승룡 감독의 <오프로드>로 결정됐다. 은행강도 사건의 인질이 된 전직 은행원의 이야기를 통해 “벼랑 끝에 내몰린 막장인생들의 삶”을 그려낼 <오프로드>는 전라북도 영상산업육성을 위한 저예산영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전주에서 만들어진 영화여서 개막작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며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어 섹스, 권력 등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전주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기도 한 한승룡 감독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편집을 맡기도 했다.

섹션 변화하고 경쟁 도입해 변화 꾀한다

올해 영화제는 디지털 스펙트럼 부문을 없애고 ‘인디비전:국제경쟁부분’으로 통합했다. 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는 두개의 경쟁 섹션을 한데 묶은 것과 관련해 “영화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달리 디지털의 화두와 의미가 많이 바뀌었다”며 “올해부터서는 영화 자체에 좀 더 집중해서 대안과 미학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품 수는 지난해보다 작은 12편 규모. 정 수석 프로그래머는 “편수는 줄었지만 내실은 키웠다”면서 “국가적으로 배분하는 형식이 아니라 뛰어난 신인감독 발굴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덧붙였다.
한국영화 섹션에 경쟁부문을 도입하고 상을 늘린 것도 8회 영화제가 꾀한 큰 변화다. 지난해까지 디지털 스펙트럼 부문에 주어졌던 ‘JJ-St★r상’은 독립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영화의 흐름 부문으로 옮겨졌다. ‘한국단편의 선택:비평가주간’ 또한 올해부터선 경쟁 섹션으로 거듭났다. 예심을 맡은 정지연 영화평론가는 “경쟁으로의 전환을 통해 독립영화의 경향을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완성도에 대한 고민을 북돋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영화쇼케이스, 한국 단편애니메이션, 로컬시네마 전주 등이 한국영화 부문에 함께 포함됐다.
대개 인디비전을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생소한 감독들의 섹션이라고 여기지만, 올해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아름다운 천연>으로 전주를 찾았던 츠보카와 다쿠시 감독이 “인형사와 피아노조율사의 이야기를 통해 흘러간 시간들에 대해 애정을 고백하는” <아리아>를 선보인다. 낯선 에스키모의 세계를 열어보였던 <아타나주아>의 자카리아스 쿤눅 감독과, 노만 콘 촬영감독이 협연한 <라스무센의 일기>도 전주를 방문한다. 이밖에 노르웨이판 <트레인스포팅>으로 불리는 <리프라이즈>, 감독이 가족을 대동하고 뛰어든 이상한 기행 다큐멘터리 <포토시, 여행의 시간> 등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삼인삼색은 계속된다

지난해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특별회고전을 열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디지털 삼인삼색’은 올해에는 아시아를 벗어나 포르투칼의 페드로 코스타(<토끼 사냥꾼들>), 독일의 하룬 파로키(<베스터보르크 수용소>), 프랑스의 유진 그린(<편지>) 등 유럽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을 끌어모았다. 스와 노부히로의 <마/더>, 이자벨 스테버 감독의 <기젤라>,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 등 “자신의 영화에 영향을 끼쳤거나 전주를 찾은 관객들과 함께 보고 싶은” 감독들의 추천작도 영화제 기간 동안 ‘카르트 블랑슈’라는 이름의 부속 섹션으로 소개된다.
새로 신설된 ‘숏!숏!숏!’이라는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도 어떤 반응을 얻어낼지 관심을 모으는 부문이다. <폴라로이드 작동법><낙원> 등으로 주목받은 김종관 감독의 <기다린다>, 영화평론가 출신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손원평 감독의 <너의 의미>, 전주를 아지트 삼아 지역영화들을 꾸준하게 내놓은 함경록 감독의 <미필적 고의> 등 세편의 단편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 또한 디지털 삼인삼색처럼 계속되어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놓았다.

거장의 능란과 신예의 패기를 맛보다

거장들의 신작과 주목할만한 중견 혹은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일별할 수 있는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선 가이 매딘의 <악몽의 섬>, 아오야마 신지의 <귀뚜라미>, 지아 장커의 <스틸 라이프><동>, 알렝 로브 그리에의 <그라디바>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밖에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원작으로 한 <레이디 채털리>, 베니스영화제 미래의 사자상을 수상한 <카닥>, 앙투완 코폴라의 <사드 이야기> 등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1990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차지한 <줄 위의 종달새>를 비롯 체코 출신 감독 이리 멘젤의 대표작 3편과 지난해 세상을 뜬 다니엘 위예 감독의 추모상영전도 열린다.
올해 폐막작은 홍콩 느와르의 새 장을 열고 있는 두기봉 감독의 <익사일>(Exiled). 이밖에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대부’ 피터 왓킨스 회고전, 일마즈 귀니와 누리 빌제 세일란의 나라 터키영화 특별전 등이 전주에서 열리는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한편, 올해 마스터클래스는 아시아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마련한다. <황후花>의 후오 팅샤오, <아무도 모른다>의 이소미 도시히로, <타짜>의 양홍삼 등 한·중·일에서 활동하는 마술의 손들이 비기를 귀뜸해 줄 계획이다. 참고로 개·폐막작 예매는 4월12일 오후 2시부터, 일반 상영작 예매는 4월13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다. www.jiff.or.kr 이영진

개막작 <오프로드>
폐막작 <익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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