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언론에 공개
2007-04-03
글 : 문석

일시 4월3일 오후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서편제>를 기억하는 이라면 아버지인 떠돌이 소리꾼 유봉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이복 남매 송화와 동호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천년학>은 <서편제>에 등장한 이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듯 보이지만, 초점이 송화와 동호의 사랑에 맞춰지면서 완전히 다른 영화로 변모했다. 현재에 가까운 어느 시점, 동호(조재현)는 선학동으로 돌아온다. 항상 마음 속에 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누이 송화(오정해)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어린 날 유봉(임진택)을 따라왔던 이곳에서 주막을 지키고 있는 용택(류승룡)을 만나고, 어린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동호와 송화는 어린 시절 유봉과 함께 학이 날아오르는 듯한 모양세의 산세를 가진 선학동에 와서 소리 공부를 했고, 동호는 송화를 두고 용택과 묘한 삼각관계에 빠지기도 했던 것. 동호와 용택은 밤새 술잔을 기울이면서 송화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반추해낸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말말말
이번 영화는 온 스탭과 연기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든 결과물입니다. 곱게 잘 봐주십시오.”(임권택 감독)

“100번째 작품에 상응하는 진통을 겪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오정해)

“저는 이 영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케이스였습니다. 안 그러면 다시는 감독님을 못 뵐 것 같았거든요. 감독님께는 100번째라는 부담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전혀 아니구요.(웃음)”(조재현)

“2005년 12월, 감독님께 드린 약속을 오늘 지켰습니다. <천년학>을 완성해서 개봉하겠다는 약속을 말입니다. 이제는 또다른 욕심이 생깁니다. 좀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하는 욕심 말입니다.”(김종원 KINO2 대표)

100자평
<천년학>의 후경에는 <태백산맥>과 <하류인생>이, 전경에는 <취화선>과 <서편제>와 <춘향뎐>이 스친다. 언뜻 눈에 띄는 것만 따져도 그렇다. 하여 찾으려 하면 끝도 없이 건져낼 깊은 우물이다. 사랑의 수다한 색깔, 예술가의 쓰라린 자의식, 식민, 이데올로기, 개발독재, 아버지(핏줄)라는 망령에 눈물과 웃음까지. <서편제>의 속편이라지만, 앞선 작품들 모두의 속편인 동시에 속편이란 개념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런데 아무리 깊은 우물도 아름답게 꾸미기 어렵다. 우물의 입구가 아무리 우아하려해도, 좁은 동굴 안에서 아무리 파도치려해도 우물은 갇혀있을 운명이다. 임권택이라는 대가의 눈과 손이 그 운명을 넓고 아름다우며 역동치는 바다로 터놓았다.
이성욱/<씨네21> 기자

운명과 세월, 기억과 반추. 임권택 감독이 <서편제>를 지나 되돌아온 작품 <천년학>은 인간의 덧없는 삶과, 그 흔적의 애처로움을 넓은 품으로 안은 영화다. <춘향뎐>과 <취화선> 그리고 <서편제>에 남아있던 ‘한국적 한’의 불편한 찌끄러기는 세월을 관조하는 감독의 시선에 물 흐르듯 녹아 버렸다. 두 남녀의 사랑을 시작으로, 시간의 흐름을 몸에 감고, 삶과 예술의 고통을 마주하는 카메라는 공감의 바다를 만들어낸다. 동호가 단심에게 집의 내부를 안내해주는 장면은 삶과 괴리된 인물의 운명을 기묘하게 변주하는 느낌마저 준다. 100편의 영화를 만든, 장인의 품에서만 나올 수 있는 울림. <천년학>은 세월과 예술을 담은 넓은 그릇이다.
정재혁/<씨네21> 기자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이 최근 연출한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다. 그건 단지 임 감독 스스로의 말대로 ‘본격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은 아니다. <천년학>을 단순히 ‘멜로 드라마’라고 부르기 힘든 이유는, 이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품이 단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그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동호와 송화의 감정 뿐 아니라 판소리라는 예술에 대한 진한 애정과 척박하지만 어쩔 수 없이 뻗어있는 삶의 뿌리에 대한 사랑까지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판소리를 드라마에 달라붙게 하겠다”는 감독의 의도 또한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영화의 정조를 고양시킨다. <천년학>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가슴으로 체득한 삶에 대한 진한 연민과 까끌스럽고 소박한 사랑의 표현이며, 볼 수 없는 것은 번드르르하게 과장된 감정표현과 패스트푸드 같은 얄팍한 삶이다.
문석/<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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