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외화가 올해는 여름 시즌 공략으로 반격에 나설 태세다. 봄방학 시즌을 겨냥한 <해피피트>는 복병인 장수 애니메이션 시리즈 <도라에몽: 노비타의 마계대모험>에 밀려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여름 시즌의 흥행은 확실히 할리우드의 몫이 아닐까 싶다.
소니픽처스에서는 100억엔의 흥행수익을 목표로 개봉일도 앞당겨 5월1일 전세계 최초로 <스파이더맨 3>를 개봉한다. 뭐니뭐니해도 주목할 만한 것은 7월21일 개봉하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과 5월25일 전세계 동시 개봉하는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대결이다. 두편 모두 전작(前作)이 일본에서 각각 110억엔, 100억2천만엔이라는 압도적인 수익을 기록한 작품들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십세기 폭스에서는 여름 흥행작으로 <다이하드 4.0>을 개봉하고, UIP는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실사영화화인 <트랜스포머>를 8월에 개봉한다.
일본은 2006년부터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형 멀티플렉스가 속속 오픈했고, 스크린 수도 변함없이 증가일로를 걸어왔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스크린 수가 3500개에 달하리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대박이 기대되는 작품만 나와준다면 일본 영화계가 목표로 하는 연간 관객동원 2억명 회복(달성)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대작의 침체와 한때 붐을 이루었던 한국영화의 관객 동원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크게 걱정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일본영화의 흥행수익이 21년 만에 외화에 역전, 일본영화의 부활이라는 이야기들이 대대적으로 매스컴을 들썩이게 했지만, 일본영화와 외화를 합한 전체 연간 관객 동원 수는 전년에 비해 거의 변함이 없었다. 일본영화가 선전했다기보다는 외화의 부진으로 일본영화의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본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제외한다면 실사작품으로 흥행수익 100억엔을 돌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가 실사영화 역사상 최초로 100억엔 돌파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100억엔 돌파는 대부분 할리우드 인기 시리즈의 몫이다. 100억엔대의 초흥행작은 나오지 않더라도 그동안 착실하게 이루어낸 높은 평균점이 있으니, 올해도 일본영화가 외화를 상대로 멋진 선전포고를 할 수 있을지 두고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