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은 존재의 유한함에 어쩔 줄 모르는 캐릭터를 자주 연기해왔고, 죽음과 살인은 그의 코미디에서 낯선 소재가 아니다. 그가 영국에 와 만든 두 영화도 살인을 연속해 다룬다. <매치포인트>로 살인에 관한 도덕적 질문을 슬쩍 던진 앨런은 <스쿠프>가 살인자를 쫓는 탐정게임인 양 가장해놓았지만, 범인을 밝히고 시작하는 영화는 기실 탐정놀이에 별 관심이 없다. 과거 죽음의 두려움 때문에 불안해하던 앨런은 언제 그랬냐는 듯 죽음과 유희를 벌이는 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저승행 배에서 뛰어내리면 바로 이승이고, 죽은 자는 마술 상자에 등장해 산 자에게 특종을 전하며, 저승길에 오른 마술사는 “죽더라도 용기를 잃지 마라”는 농을 던지면서 카드 마술을 보여준다. 그를 이제껏 괴롭히던 죽음의 공포와 억압에서 어떻게 풀려났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이런 변화가 <해리 파괴하기> 이후부터라고 짐작할 뿐인데, 잉마르 베리만에게 슬슬 작별을 고하는 앨런의 영화가 미스터리와 코미디 그리고 죽음을 섞는 새로운 방식은 마이클 파웰의 옛 영화를 닮았다. 하긴 앨런이 영국에서 첫인사를 나누기에 파웰의 유령보다 더 어울리는 감독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앨런의 인생관이 바뀌었다 해도, DVD의 빈약함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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