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복수가 없는 사무라이의 복수담, <하나> 언론에 공개
2007-04-06
글 : 정재혁

일시 4월5일 오후 4시30분
장소 CGV용산

이 영화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하고 시골 마을 나가야로 흘러 든 사무라이 소자(오카다 준이치)는 마을 사람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복수를 다짐한 지 3년이 흘렀지만 복수극은 조금도 진전되지 않고, 집에서 보내주는 생활비는 점점 바닥을 드러낸다. 이웃집 여인 오사에(미야자와 리에)에 대한 연정이 싹틀무렵, 아버지의 원수인 카나가와(아사노 타다노부)를 마주한다. 복수에 대한 복잡한 심정으로 고민하던 소자에몬은 끝내 검을 쓰는 복수가 아닌 다른 방법을 강구해낸다. <환상의 빛> <아무도 모른다>의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의 2006년작. 오카다 준이치, 아사노 타다노부, 카세 료, 미야자와 리에, 후루타 아라타 등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전문가 100자평

미국에 <300>이 있다면, 일본에는 <하나>가 있다? 사무라이 정신을 희극적으로 확 뒤집어버린 <하나>는 <300>의 호전적인 기세를 조롱하는 좋은 교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갈수록 기세등등한 자국의 국수적 경향에 일침을 놓고 싶었던 게 분명해보인다. 기세등등한 배우들의 위세와 더불어. <아무도 모른다>의 정밀한 디테일이 자꾸 떠오르는 건 독이다. 한 컷, 한 컷을 미술처럼 그려낸 <300>의 심도가 선정적 매혹을 일으킨다는 걸 떠올리면 더더욱. 혹시 히로카즈는 너무 느긋했던 게 아닐까.
이성욱/ <씨네21> 기자

일본의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표 독특한 시대극이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복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복수’는 없다. 주인공 소자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에도성(현 도쿄)에 왔지만 복수보다는 뒷골목 아이들에게 글자와 셈을 가르치거나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세월을 보낸다. 소자는 사무라이가 필요 없는 태평성대를 사는 사무라이인 것이다. 영화는 가장 일본적인 소재를 차용하여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명분에 사로잡힌 혹은 명분을 빌미로 세속적 욕심을 취하려는 일들의 헛됨을 그려낸다. 하지만 그 방식은 쉽고 발랄하다. 미야자와 리에를 기억한다면, 소자가 연정을 느끼는 옆집 과부로 분한 그녀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격세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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