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거친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법. <파란 자전거> 첫 공개
2007-04-06
글 : 강병진

온라인 프리뷰/파란 자전거

일시 4월 6일 오후 2시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폐업을 앞둔 동물원의 코끼리 사육사인 동규(양진우)는 오른손에 의수를 낀 장애인이다. 그는 왼손만으로도 사진을 찍고, 형광등을 갈아끼울 수 있지만 왼손만 있는 탓에 취업이 어렵고, 여자친구인 유리(박효주)와의 결혼이 두렵다. 유리의 부모님을 만나던 날 자신의 장애를 다시 실감한 동규는 이별을 마음먹은 유리를 붙잡지 못하고 돌려보낸다. 세상으로 부터 상처를 얻은 그에게는 가족과 친구들 마저 마음의 위안이 되질 못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그를 유령처럼 대하고, 하루 빨리 집을 나가고픈 동생은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는 듯한 오빠가 원망스럽다. 점점 자신만의 세계에 자신을 가두고 살던 동규는 어느 날, 피아노 선생인 하경(김정화)을 만나고, 병으로 몸저 누워버린 아버지(오광록)를 바라보면서 파란 자전거를 만났던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영화<인터뷰>(2000)의 각본을 맡았던 권용국 감독의 데뷔작이다. 4월 19일 개봉.

말X3

"저를 닮은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파란자전거를 배울 때의 느낌을 담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돌아가실 때 마음속에 파란자전거 한대 씩을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권용국 감독

"봄이 깊어갑니다. 지난해, 처음 만났던 감독의 말갛고 빛나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봄날의 시냇가를 찾아가듯이 마음을 씻어가시길 바랍니다. 자전거는 역시 파란하늘 아래서 타는 게 멋지겠죠?" -오광록

100자평

장애인의 홀로서기, 혹은 마음 속 상처치유를 그리는 <파란자전거>는 ‘자립’이라는 주제에 충실한 영화다.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존재는 비단 의수를 끼고 살아야 하는 장애인 동규만이 아니다. 아버지와의 전국일주를 위해 운전을 익혀야 하는 어머니나 형광등을 스스로 갈아끼워야 하는 하경 또한 자기 몫의 짐을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독립심이 강한 사람일지라도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법. <파란자전거>는 한 사람의 자립을 위해서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등을 맞대야 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 ‘자립’이라는 주제가 영화 속에서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탓에 다소 식상할만도 하지만, 장면과 장면을 이어주는 이동의 풍경-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 오솔길, 기차 차창으로 보이는 다소곳한 농촌 풍경 등이 주는 안온한 느낌 덕에 영화는 감정의 템포를 놓치지 않는다. 특히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권용국 감독의 이후 행보는 자못 궁금해진다.
문석/<씨네21> 기자

영화의 영어제목인 ’자전거를 탄 코끼리’(The Elephant on the bike)는 주인공 동규의 이상향이다. 그는 양손이 필요없이 코만으로도 뭐든 할 수 있는 코끼리가 되어 보다 나은 희망을 갖기를 원한다. <파란자전거>는 한 손이 부족한 동규가 다른 이들과 손을 맞잡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거친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누나는 자전거 타기를 싫어하는 동생에게 자전거의 새로운 재미를 알려준다. 그런가 하면 동규는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은정의 자전거를 고쳐주고, 하경을 위해서는 형광등을 갈아준다. 각각의 인물들과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엮이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 하지만 장애인에 대해 지나친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관계 맺기의 기쁨을 담백하게 묘사하는 연출은 주목할만하다.
강병진/<씨네21>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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