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다중인격의 여친이 기가 막혀, <두 얼굴의 여친> 촬영현장
2007-04-10
글 : 정재혁
사진 : 오계옥

‘내가 아직도 네 여친으로 보이니?’ 아니의 탈을 쓴 하니와 하니의 탈을 쓴 아니. <방과후 옥상>의 이석훈 감독이 연출하는 두 번째 장편영화 <두 얼굴의 여친>은 다중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여자의 ‘좌충우돌 연애담’이다. 실연의 상처로 충격을 받은 아니(정려원)는 결정적인 순간에 하니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평소엔 다소곳하고 순수해 보이지만, 특정 상황에선 발차기와 욕설을 일삼는 그녀. 한 인물 안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인격은 시련이란 상처와 만남이란 자극에 의해 불규칙적으로 돌출된다. 우연히 만난 남자 구창(봉태규)과의 관계도 때로는 로맨틱하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전개된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위험한 연애, 구창은 하니 혹은 아니와 사랑에 골인할 수 있을까.

3월의 마지막 날, 부산에서의 일정을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이어간 이날 현장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포스트잇, 아기자기한 소품과 귀여운 페인팅이 가득한 시후(김태현)의 오피스텔 방에서 진행됐다. 시후는 아니에게 상처를 준 옛 남자친구. 시후 몰래 방에 잠입한 아니와 구창은 갑자기 들이닥친 시후에 놀라 옷장으로 숨는다. “옷장인데 너무 여유 있는 거 아냐? 뭔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이번 작품으로 이석훈 감독과 두 번째 인연을 맺는 봉태규는 장면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바쁘다. “잘 들어주지도 않아요. 최대한 많이 말해야 한두개 먹히지. (웃음).” 결국 구창이 서 있을 자리 위쪽에 옷감이 추가로 얹어졌다. 좁은 공간에서의 촬영이라 PMP가 모니터로 등장했고, 배우들은 옷장에서 나와 PMP로 자신의 연기를 확인했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정려원은 세트장에 놓인 연필을 깎거나, 성경 모임 과제로 “<목적이 이끄는 삶> 원서를 읽으며” 촬영 사이의 빈 시간을 보냈다. 서로 다른 캐릭터를 한 영화에서 연기하느라 “쉽지는 않았다”는 그녀는 “하니를 연기할 때의 욕설이 처음엔 잘 붙지 않았지만 이제는 괜찮다”며 밝게 웃는다. 이석훈 감독은 “다중인격장애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 다양한 면이 경우에 따라 특정하게 표출되는 거”라며, “웃음과 코미디뿐 아니라 감동도 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현재 70% 촬영을 마친 <두 얼굴의 여친>은 7월 개봉을 목표로 한다.

조명 스크립터 서동실

“영화에 빛을 보는 눈이 필요하죠”

목에는 카메라를, 손에는 노트를. 옷장 속과 방 안을 오가는 촬영이 한창인 양수리 세트장에 키 작은 여자 스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촬영팀과 조명팀을 통틀어 유일한 홍일점인 조명 스크립터 서동실씨. 조명 톤을 확인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각 테이크의 조명을 비교, 정리하기 위해 메모를 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때로는 이름의 어감을 따라 ‘동동실’이라 불리고, 때로는 “술자리라면 빠지지 않는다”고 하여 ‘악동주’라 불리는 그녀는 현재 영상원에서 촬영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 처음엔 “영상원이란 타이틀 때문에 현장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지만, 지금은 편안하다. “항상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이석훈 감독님의 친절한 현장 능력”은 그녀가 꼽는 <두 얼굴의 여친>의 장점. 영화에 “빛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믿고,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조명팀 일이 “사실은 매우 섬세한 작업”이라 설명한다. 촬영감독을 목표로 따뜻한 봄날을 먼지 구덩이의 촬영장에서 보내고 있는 그녀. 두 얼굴을 가진 영화 속 여자주인공의 명암이 서동실의 카메라와 노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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