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아이들은 많다. 통통한 볼과 쪼그만 입술이 귀여운 열살짜리 소녀 서신애도 그렇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평소 보지 못한 온갖 물건들에 의문을 표하던 그녀는 그러나, 어떤 특별한 기운의 별 아래 태어난 듯하다. <눈부신 날에>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박신양이 “최고의 여배우”라 치켜세우고 촬영장에선 박광수 감독이 자신의 무릎에 앉힌 채 연기를 모니터링했을 정도로. “이 사진은 뭐예요?” “이 만화는 뭐죠?” “이건 뭐할 때 쓰는 거예요?” 줄곧 물음표를 토해놓던 이 말괄량이를 붙들고 “<눈부신 날에>의 준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아주 잠시 눈빛이 침착해진다. 그러더니 대뜸 “참 남자다운 애”라는 대답을 꺼내놓는다. 그 표현이 재미있어 피식 웃었더니 이번에는 한층 단호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준이는 진짜 남자다워요. 축구를 좋아해서 꿈이 아빠랑 월드컵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거예요. 이 아이는 축구를 참 좋아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자신을 구박하는 우종대(박신양)일지언정 잠시라도 그와 떨어지기 싫은 막무가내 딸 우준 역을 맡은 <눈부신 날에>는 서신애의 두 번째 영화다. “비 맞는 장면을 찍을 때”나 “아침부터 새벽까지 잠을 조금밖에 못 자고 촬영했을 때”를 제외하곤 힘든 줄을 몰랐다니 그 씩씩함만은 극중 모습과 베낀 듯이 닮았다.
깜찍함과 어른스러움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 어린 배우의 영화 데뷔작은 <미스터 주부퀴즈왕>. TV 퀴즈쇼에 도전하는 진만(한석규)의 외동딸 다나로 출연해 신인배우치곤 꽤 긴 분량을 자연스레 소화했다. 큰 반향을 얻었던 ‘서울우유 CF’부터 <미스터 주부퀴즈왕> <눈부신 날에>까지 유감없이 그 마력을 발휘했던 그녀의 눈물 연기는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이어졌다. 현재 MBC에서 방영 중인 이 작품에서 서신애는 ‘봄을 기다리는 밀감 닷컴’의 사장이자 꿋꿋한 미혼모 이영신(공효진)의 딸 이봄을 연기하는 중이다. 아이답지 않은 똑 부러지는 언변을 자랑하지만 밉살스럽기는커녕 한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에이즈를 앓으면서도 엄마의 상처를 먼저 헤아리는 이 아이의 천연덕스러움에 얼마나 많은 어른들이 마음을 빼앗길까. “다 해보고 싶어요. 뭐든지. 씩씩한 아이, 또 하고 싶어요. 예쁘고 귀여운 건 싫어요. 꾸미는 건 싫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