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도 살인사건> 제우성
선량함에 이목구비가 있다면 <극락도 살인사건>의 제우성(박해일)이 될 것이다. 남들은 몇달 버티지도 못한다는 낙도에서 2년간 헌신적으로 섬 주민들을 보살펴온 그는 단순히 선량한 보건소 의사 이상의 인물. 집요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꼼꼼하고 진지하게 섬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던 그가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이 영화에서도 박해일은 특유의 맑은 눈빛으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심어준다. <살인의 추억>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시 한번 그의 진실성에 알쏭달쏭한 추측을 하게 만드는 눈이다.
<살인의 추억> 박현규
“밥은 먹고 다니냐?” 이 대사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살인의 추억> 두만(송강호)의 대사는 박해일 덕에 생명력을 얻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만은 현규(박해일)가 범인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빗속에서 흔들리는 그 눈빛을 마주하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영화 속 현규는 정황상 틀림없는 범인이건만 그 눈을 보면 자꾸 그를 믿고 싶어진다. 여러 말 없이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응시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적에게서 동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박해일의 명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