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지(知)와 금발, 그 야누스의 매력,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
2001-10-17
글 : 최수임

주걱턱에 낮은 코, 백인치고는 상당히 평면적인 얼굴. 할리우드 여배우의 표준형 외모에서 상당히 비껴나간 리즈 위더스푼이 <금발이 너무해>에서 전형적인 금발미녀를 깜찍하게 그려냈다. 엘 우즈는 애초부터 미인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캐릭터. 하지만 위더스푼이 연기한 엘 우즈는 타고난 미인이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예쁘다고 믿는, 그렇게 믿게 하는 미인에 가깝다. 그래선지 호들갑스러운 엘 우즈를 보면서 사람들은 처음엔 ‘별로 안 예쁜데’ 하는 생각을 속으로 하게 된다. 하지만 곧 넘어가게 된다. 속게 된다. 그녀의 핑크 패션과 ‘코스모폴리탄’적 라이프스타일에. 그리고 어느새 무겁고 닫혀 있는 (영화가 그렇게 그려내는) 답답한 주위인물들보다 가볍고 솔직한 그녀를 사랑하게까지 된다. 영화 속에서 여학생 클럽의 ‘짱’인 엘처럼, 위더스푼의 연기에도 어딘가 ‘선동적’인 구석이 있는 것일까. 위더스푼이 발치료까지 받으며 해냈다는 엘의 하이힐 워킹에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힘과 리듬이 실려 있는 듯하다.

“난 그런 타입은 아니에요. 휴, 하이힐 신느라 발이 얼마나 아팠는데.” 위더스푼은, 스스로를 엘 우즈 같은 ‘미인과’와 구분한다.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여자애의 이미지는 나와 멀어요. 난 언제나 아주 독립적인 유형의 사람이었어요. 사적이고 조용한.” 엘 우즈 대신 위더스푼이 동일시하는 인물은 <플레전트빌>에서 흑백의 메마른 세계에 섹스를 전파하는 여자아이.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데 익숙했던 독립적인 여자아이 위더스푼은, 엘 우즈처럼 남부 출신 금발이지만 <금발이 너무해>에 출연하기까지 금발로 눈길 끈 적은 없단다. “금발 때문에 편견을 겪어본 적은 없어요. 남부 출신이라는 거라면 몰라도. 제 남부 악센트를 눈치챈 사람들은 절 ‘일곱 형제 틈에 끼어 농장에서 맨발로 자라난’ 아이로 보기도 하죠.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 사람들은 제게 남부 악센트를 버리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난 항상 심각하게 골몰하곤 해요. 난 내가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고 그것에 집중하려고 한답니다. 내가 원하는 건 긴 커리어를 자랑하는 배우에요.” 위더스푼은 외모 대신 좋은 배역으로 승부하는 배우다. 그녀의 목표는 오랫동안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배우. 엘 우즈의 하이힐 컬렉션 못지않게 위더스푼의 출연작 컬렉션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녀는 <로미오와 줄리엣>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스크림> 등 시류에 민감한 영화들을 사양해온 대신 <플레전트빌>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일렉션> <아메리칸 사이코> 등 한결같이 ‘때깔’이 심상치 않은 영화들을 선택해왔다. <금발이 너무해>는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 그녀의 유별난 배역 컬렉션은, 앨라배마를 떠나 뉴욕에서 새 삶을 꾸리는 여자의 이야기 <스위트 홈 앨라배마>, 같은 가명을 쓰는 두 남자가 동시에 사랑에 빠져드는 여자를 그린 <진지함의 중요성>과 함께 계속 불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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