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리턴즈>가 강철맨을 신화적 영웅으로 부활시키려고 했다면, 그 시즌의 또 다른 슈퍼맨 영화는 우리가 유치한 환상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할리우드 랜드>는 화려하게 성장한, 50년대 TV에서 슈퍼맨을 형상화했던 배우 조지 리브스의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 것으로 그 베일을 벗기고자 한다.
앨런 쿨터(드라마 <소프라노스>와 <섹스 & 시티>의 베테랑)가 연출하고, 폴 번봄이 각본을 쓴 <할리우드 랜드>는 분명한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애를 쓴다. 우아하게 자기 만족적인 벤 애플렉은 불운한 리브스에 잘 맞는다. 영화의 진중한 의도는 마치 다소 고르지 못한 <시민 케인>처럼 비슷한 구도로 암시된다. 리브스의 삶을 다루는 장면들은 루이스 시모(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담당하는 리브스의 사인 규명과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시모는 불가사의한 기회주의자다. 리브스는 절박한 향락주의자다. 그는 쓸 만한 연락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시로(Ciro)의 방을 뒤지는 인물로 소개된다. 원래 할리우드 누아르에 대한 수많은 인용중에 하나로 리브스는 그의 동료에게 “안녕, 빌리 와일더”(<선셋대로>의 감독)라고 인사한다. 리브스는 영화 <선셋대로>의 감독과 연결되지 못하만, 토니 매닉스(다이앤 레인)라는 경험 많은 여자를 찾아냄으로써 스스로를 <선셋대로>의 시나리오와 병치시킨다.
(중략) 여자에게 잡혀있는 남자이자 고군분투하는 배우인 리브스는 이러한 절박함 속에서 <슈퍼맨>을 맡는다. 쿨터는 이 유치한 어린이 쇼를 흥미롭게 초현실적인 쇼로 재구성해서 제공한다. 부서질 수도 있는 비행 기구를 타야 하는 리브스에게 모욕감을 주면서 말이다. 2년이 지난 뒤 켈로그사가 <슈퍼맨>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리브스는 미국의 컵스카우트에 버금가는 문화 영웅이 된다. 리브스는 슈퍼맨을 자기의 식권쯤으로 생각하는 야심 많은 어린 탕녀(로빈 터니) 때문에 토니를 차버린다. 결혼식이 있기 사흘 전 열린 술이 넘쳐나는 파티 도중 리브스는 위층에 올라가고, 자살을 한다?
LA 경찰은 리브스가 자살했다고 주장하지만, 리브스의 어머니(인디애나주에서 가장 심술 맞은 노파로 연기한 로이스 스미스)부터 시작해 다른 사람들은 음모론을 내세운다. 특히 분노로 가득 찬 시모는 자기만의 진실을 밝하기 위해 사건을 붙들고 늘어진다. 슈퍼맨의 죽음 이후 곧바로 별거 중인 아내를 방문한 시모는 “그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모의 아들도 그의 파란색 타이츠와 망토에 불을 붙이는 등 엄청난 신경쇠약 증세를 보인다. 물론 모든 사람이 슈퍼맨의 죽음을 힘들게 받아들인 건 아니다. 리브스의 죽음에 대한 나의 희미한 기억은 클립톤 총알과 날 수 있다고 상상했던 배우에 관한, 주로 냉담한 학교 재담에 불과했다.
실제로 그러한 무미건조한 냉소는 <할리우드 랜드>의 비평의 근간을 이룬다. 리브스는 어린이 쇼를 하며 살았고, 그것을 하는 동안 그는 담배를 피우고, 술 마시고, 자신의 성기에 대해 농담하면서 무대 뒤 스탭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만큼이나 <할리우드 랜드>는 만만하고 얄팍한 매력을 갖는다. 미스터리의 어두컴컴한 나락으로 힘없이 추락하는 것이다. 그 진실은 알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할리우드 랜드>는 뭔가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리브스 스타일의 싸구려 식당과 축제 의상을 넘어, 설득력없는 <라쇼몽>을 숨기는 화려하게 넘쳐나는 대화 이면으로, 리브스의 죽음이 반복해서 연주된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교훈으로 흠뻑 젖어 있다. 시모 또한 쇼비즈니스의 과거를 갖고 있다. 그의 두뇌와 가슴은 이른바 버뱅크의 전투- 시위대가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밖에서 파업 저지용 폭력배들과 전쟁을 치렀던 사건- 로 상처를 입었다. 리브스는 어수룩한 사람이고, 시모는 정력적 사기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할리우드 랜드>는 이 영화만의 몫을 해낸다. 케네스 앵거가 쓴 <할리우드 바빌론> 2권의 한쪽도 다 채우지 못한 스캔들을 유명세의 대가, 연기의 본질, 그리고 환상의 근간에 대한 묵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꿈이란 선험적으로 부패하기 마련이다. MGM은 시모가 사건에서 손을 떼게 하려고 뇌물을 주기 전부터 이미 부패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은 단연 벤 애플렉이다. 쿨터는 상대적으로 턱이 발달한, 형편없는 연기자를 보여주기 위해 애플렉의 높은 스타성을 유도함으로써 깔끔한 연기 속임수를 쓴다. 다이앤 레인, 밥 호스킨스, 로이스 스미스 그리고 말주변이 좋은 접대 담당 직원을 연기한 제프리 드먼과 같은 노련한 전문가들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벤 애플렉은 예상하지 못한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사실 <할리우드 랜드>는 루이스 시모의 껄끄러운 이야기로 전환될 때마다 과장이 심해진다. 우리의 진정한 연기자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집안의 고통스러운 말다툼 장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술 취한 장면에서는 환각에 빠진 소년이 마지못해 하는 연기처럼 보인다. 어떤 시점에 이르면 주요 인물들은 하나로 녹아든다. 남자들은 모두 스타에게만 운명지워진 실패를 겪는다. 그러나 그 실패를 보여주는 방식은 동일하지 않다. 브로디는 할리우드 내에서 실패를 보여주기 위해 연기를 해야 했고, 애플렉은 존재 자체로 실패를 보여줬다.
번역 하인혜 | 2006년 9월5일 <빌리지 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