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영화 노사협상 타결] 최진욱, 차승재 인터뷰
2007-04-25
글 : 박혜명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최진욱 전국영화노동조합 위원장

제작비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제작비에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인건비는 많이 안 오른다. ‘7월1일 사태’도 없을 것이다. 이번 협약안은 기초적인 법상의 문제를 넘어서서 열어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날부터 굉장히 급격한 변화가 생기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기존의 임금 및 노동조건, 제작환경 등에 조정과 계량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실제로 계속 있어왔던 이야기이고, 때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노조가 생긴 것이다. 팀으로 계약하다 개별계약이 생겨나고, 편당 뭉뚱그린 임금 지불이 회차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 변화와 같은 맥락이다. 산업화 촉진에 있어 실질적인 난관들은 생기겠지만 영화의 창조성을 해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쪽에서는 이번 임단협안으로 제작비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가.
=우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프로덕션 과정에서 누수가 생기는 다른 부분을 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정확히 시뮬레이션하기가 어렵다. 사례들을 놓고 문제가 될 법한 부분들에 대해 지적은 할 수 있겠지만 그 시간이 정말 문제가 있었다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단정지으려면 근거가 필요한데 지금까지 현장이 운영된 방식으로는 데이터도 얻기 어렵다.

-조합원 교육은 7월1일 전에 남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협약안을 들추며) 이게 이렇게 두꺼우니까 굉장히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 내용은 몇개 안 된다. 자기가 몇 시간 일했는지 체크하면 된다. 격주로 임금 챙기면 되고 일주일에 하루 쉬면 되고, 그게 다다. 단 하루를 교육해도 맥락만 이해하면 누구나 금방 익힐 수 있다. 다만 외워야 할 건 있겠지. 4대 보험비를 노동자가 7.7% 부담하는구나. 근데 그 정도 노력은 해야지.

-1년여의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고비가 되었던 순간은.
=이것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많이 깨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시 일어선다. 권리의식이 계속 생기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뒤의 누군가에 의해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다만 우리는 교섭안을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현장을 조직하는 일도 해야 하는데, 만날 교섭 준비하느라 중앙에서만 일을 하니까,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이게 조직이다보니 아주 체계적이지는 못하더라도 의사소통 구조에 어려움이 있다. 이 안에 혼자 있으면, 조합원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그들의 입장을 일일이 대변한다고 고민을 해도 현장하고 괴리가 있다. 매일 얼굴을 볼 수 없으니까. 우리에겐 조합원들이 가장 중요하다.

-최저임금 이상이 현장에서 적용될 것이라고 보는가.
=그 이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건 어디까지나 최저임금이다. 물론 하위 직급들은 법만 적용해도 임금이 대폭 인상되지만, 특히 경력급자에 대해서는 그만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고, 개개인이 회사와 계약할 때 그 이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개별 협상의 능력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처음엔 불편하겠지, 100년 동안 마음대로 해왔으니까

-협상 과정 중 가장 고비가 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조인식 기자회견에서 제작비 상승폭에 대한 대안을 묻는 질문에서, “권력화된 특정 부분에 집중돼온 인건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감독급 스탭 개런티와 배우 개런티에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나.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집단이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제공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영화제작에는 분명히 단순한 노동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창조활동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과도하다면 시장 논리에 맞게 조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핵심은, 현재 임금구조에서는 많이 받아가는 사람은 너무 많이 받아가고 못 받아가는 사람은 너무 못 받아간다는 것이다. 이건 평상적으로도 좋은 임금구조는 아니지 않나. 그런 일반론을 이야기한 것이다.

-최 노조위원장은 “7월1일 사태 등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기자회견과 단독 인터뷰 자리에서 반복해 밝혔다. 제협의 생각은 어떠한지.
=임금 계산이라든지 4대 보험을 처리하는 행정적 절차 등 조금 복잡한 일은 있겠지만 시급을 정하면서 촬영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제작상에 큰 혼란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처음엔 불편하다. 100년 동안 마음대로 해왔으니까. 중요한 건 이번에 우리가 합의한 내용 자체가 한국의 노동환경에서 규정되는 근로기준법을 크게 상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장근로 시간을 늘리는 등 영화산업의 특수성도 많이 반영했다. 노조와 임단협하기 전까지는, 우리의 시장은 있지만 우리 시장을 움직이는 계량 단위나 논리가 전혀 없었다. 산업에서 힘이 있거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계약 방식, 기간, 형태 등을 모두 정해왔다. 그런 것들을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라고 보면 된다.

-제작비 상승률을 5% 정도로 잡았는데 배우의 일정 변경이나 날씨 등 각종 변수로 유동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많다. 부담이 실질적으로 더 커지지는 않을까.
=그러니까 그걸 조감독이 계속 수정해가면서 스케줄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돈만 들고 있으면 영화를 찍을 수 있었지만 그보다 정교한 프로덕션 능력이 이제 있어야 한다고 본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봤을 때에도 그 정도를 할 수 있어야 프로덕션 매니저다. 한국영화가 우물 안 개구리로만 있을 것도 아니고, 제작현장 교류나 합작 등도 더 많아질 텐데 능력을 키워야 한다.

-7월1일 전에 싸이더스FNH에서 먼저 시범 제작을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는 없다. 7월1일 전에는 기존 방식대로 계약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상당 부분 협의안에 준하는 내용으로 계약이 될 것이라고 알고 있다.

-다음 협상으로 남겨둔 과제들은 무엇인가.
=시급을 비롯한 부분 조정들이 있을 것이다. 다음 협상은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작업은 일종의 기본법을 만들듯이 모든 조항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로 영화계에서 내가 해야 할 큰 숙제를 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그 다음은 후배들이 더 잘해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