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한국형 로드무비, 개막작 <오프로드>
2007-04-26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오프로드 Off Road
한승룡/한국/2007/84분/개막작

한국영화에서 로드무비의 주인공들은 종종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삶의 시간은 어둠 속에 있거나 지금 머무르는 곳은 낭떠러지와 같다. 더 이상 뿌리 내리고 살 수 없을 때 도피이건 도주이건 그들은 자주 길을 떠난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오프로드>는 그런 인물들의 길 떠나기를 보여주는 영화다.

전직 은행원이었던 상훈은 택시기사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쁜 짓만은 하지 않고 살려고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은행원인 애인이 그에게 한 가지 범행을 제안한다. 그는 망설인다. 그럼에도 애인과 약속한 날에 그곳에 간다. 그 때 상훈은 갑자기 은행에서 나온 은행 강도와 마주치고 그의 협박에 못 이겨 목포까지 그를 데려다주게 된다. 그런데 이 여행길에 상훈과 은행강도는 서로를 어쩐지 이해하게 된다.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은행 강도를 치료하기 위해 도로변 모텔에 들어가면서 그들에게는 또 한명의 길동무가 생긴다. 그곳에서 몸 파는 여자가 그들의 일원이 된다. 이들의 여행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 것인가. 그들이 차를 타고 달리는 도로 옆 들녘의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지만 결국 운명의 연쇄는 이들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비극적 운명은 질기게 인물들을 쫓아온다.

무엇보다 <오프로드>의 가치는 지역 영화 제작 시도의 결실이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오프로드>는 전라북도,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고 사단법인 NCN(NEW CINEMA NETWORK)이 기획한 저예산 영화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지역영화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등을 공동 편집한 경력이 있는 한승룡 감독은 전주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오프로드>는 그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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