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여섯 명의 남녀 관계가 얽혀 있는 <마음>
2007-04-28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마음>Private Fears in Public Places
알랭 레네/프랑스, 이탈리아/2006년/120분/시네마스케이프-마스터즈

사유의 영화 혹은 모던 시네마의 역사를 대표하는 알랭 레네의 신작. 최근 알랭 레네는 <우리는 그 노래를 알고 있다>, <입술은 안돼요>를 통해 모호하면서도 유쾌한 뮤지컬의 세계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거기에 비교하자면 <마음>은 레네의 최고작 중 하나인 <스모킹/노 스모킹>에서 시도됐던 인물의 우연과 영화적 배열이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알랭 레네는 이 영화의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에 관해 “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사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크고 넓은 범위의 감정이다. 두려움을 포함해서 두근거리는 마음, 상처를 입은 마음,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모킹/노 스모킹>의 연장선에 놓인 ‘마음 버전’이라 할 만하다.

군인 생활을 그만두고 무력함에 빠져 사는 단, 단과 애인 사이지만 의지 없이 사는 그와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할 자신이 없는 니콜, 괴팍한 아버지를 홀로 모시고 사는 노신사이자 단이 자주 들리는 술집의 바텐더 리오넬, 같이 일하는 여직원 샬롯을 흠모하는 부동산 중개업자 띠에리, 소피라는 가명으로 단을 만나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갸엘 그러니까 띠에리의 여동생, 그리고 띠에리의 회사에서 일하지만 간병인으로서 리오넬의 아버지를 돌보기도 하는 샬롯. <마음>에서는 이 여섯 명(리오넬의 아버지를 포함하자면 일곱 명)의 남녀 관계가 일면 서로 얽혀 있다. 알랭 레네는 소복하게 눈이 내리는 장면을 각 씬의 사이에 삽입함으로써 마치 세상의 모든 감정이 쌓이는 듯한 총체적 느낌을 전하려고 한다.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뽑은 2006년 최고의 작품이자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스모킹/노스모킹>에 이어 앨런 에이크번의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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