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현대 국제정치에 대한 동시대적인 통찰 <칠드런 오브 맨>
2007-04-28
글 : 김민경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
알폰소 쿠아론/미국,영국/2006년/109분/영화궁전

배경은 인류가 임신 능력을 상실한지 18년째 되는 2027년 영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워 일상적으로 불법이민자 사냥을 벌이고, 이에 맞선 이민자 저항조직은 테러와 납치로 자신의 입장을 알리려 한다. 주인공 테오는 한때 반정부단체의 일원이었지만 지금은 불안한 사회 분위기에 적당히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공무원이다. 어느날 영문도 모른 채 저항단체의 일원인 피쉬단에 납치당한 그는 옛 연인인 저항단체 리더 줄리언를 만나고, 그녀로부터 한 이민자 소녀를 국외 탈출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과거의 인연 탓에 내키지 않는 제안을 받아들인 테오는 소녀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홀로 소녀를 보호하게 된 그는 정부와 저항조직 양쪽의 추격을 피해 국경의 바다를 향한다.

흥미진진한 액션영화의 외피를 갖췄지만 쿠아론 감독은 날카로운 정치 의식을 에둘러 숨기지 않는다. 근미래가 배경이지만 <칠드런 오브 맨>의 세계관은 지극히 현재적이다. 영화 속의 2027년은 2005년 런던 테러같은 폭탄 사건이 빈번하고 관타나모와 아부 그라이브와 꼭 닮은 이민자 수용소가 존재하는 곳이다. 조지 오웰적인 가상의 독재정부 대신 최근 구미사회의 가장 첨예한 이슈인 이민제한정책을 직접 공격함으로써, <칠드런 오브 맨>은 현대 국제정치에 대한 가장 동시대적인 통찰을 담는다. ‘아이가 없는 세상’의 은유는 희망없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뜻한다.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츠키가 창조한 경이로운 12분짜리 원테이크 추격신과 교전 장면은 잊을 수 없는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이번 상영은 국내서 DVD로만 출시된 <칠드런 오브 맨>을 스크린에서 감상할 첫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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