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영웅> <황후화>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후오팅샤오
2007-04-29
글 : 김민경
사진 : 조석환
“영화로 중국의 힘을 알리고 싶다”

올해 전주영화제가 마련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스터클래스의 첫번째 주인공은 <패왕별희> <영웅> <연인> <황후화>의 공간을 창조한 후오 팅샤오 감독이다. 해외에서의 마스터클래스는 처음이라는 그는 “실무자와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심도 깊은 질문이 많아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그의 화려한 비주얼이 장이모우의 빈약한 스토리를 눈가림한다는 “민감한”지적과, 사실적 재현과 영화적 창조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고. 지금까지 첸카이거, 장이모우 등 중국 대표 감독들의 세계관을 구체적인 현실에 현현시켜왔지만 그가 처음부터 영화에 뜻을 품은 건 아니었다. 미술학과 입시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은 그는 합격 커트라인이 가장 높다는 이유로 북경영화학교를 택했다. ‘점수 맞춰’ 선택한 전공은 4년을 계속해도 영 정이 붙지 않았다. 만일 졸업작품으로 첸 카이거 감독의 <현 위의 인생>에 배정받지 않았다면 지금의 후오 팅샤오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거장의 생각을 화면 안에 구성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관객이 가장 1차적으로 접하는 시각 정보에 거장의 생각을 녹이는 작업이다.”그가 가장 흡족해 하는 작품은 내용만큼이나 미술이 중요했던 <영웅>, 그리고 중국에서 하지 못한 두터운 “유화적” 터치가 인상깊었던 <무사>이다.

역사 상에 존재했던 그 어느 시절보다 영화로운 중국을 창조하는 그의 원동력은 중화인으로서의 뿌리깊은 자긍심이다. <황후화>에서 철저한 고증에 따라 전통 약방과 황제의 증기탕을 공들여 재현한 것도 중국의 찬란한 전통을 만방에 알리고 싶어서다. 서구의 시선을 의식한 중화 스펙터클이 아니냐는 질문에 “영화로써 중국의 강성했던 과거와 현재의 국력을 알리고 싶다”는 굳건한 대답만 돌아온다. 천년을 관통해온 대륙의 자존심으로, 앞으로도 그는 세계인이 경외를 바칠 중국 영화의 비전을 선보일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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