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생의 쾌락을 찾아가는 과정 <레이디 채털리>
2007-05-01
글 : 김민경

<레이디 채털리> Lady Chatterley
파스칼 페랑/프랑스/2006년/158분/시네마스케이프-비전

D.W 로렌스가 창조한 논쟁적(이었던) 여인 채털리 부인의 또다른 영화적 각색. 1994년 <죽음과의 작은 협상>으로 칸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파스칼 페랑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이다. 여성 감독의 시선을 거쳐 재해석된 채털리 부인의 테마가 흥미롭다. 1차 대전이 끝나고 찾아온 잠시의 평화기, 아름다운 전원저택에 사는 콘스탄스 채털리는 전쟁에서 하반신 불구가 되어 돌아온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본다. 남편은 육체적 사랑보다 정신적 결합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결혼 생활을 긍정하지만, 채털리 부인에겐 남편의 시중이 전부인 삶이 어딘가 공허하다. 남편의 심부름으로 사냥터지기 파킨스의 오두막을 찾은 날, 그의 아무렇지 않은 반라의 육체와 자연 친화적인 삶이 채털리에게 전에 느끼지 못한 신선한 감각을 환기한다. 두 사람은 격정적인 관계에 빠져들지만 곧 두 사람의 신분 차이와 사회적 시선이 문제가 된다. 이야기는 낯설지 않지만, <레이디 채털리>는 성적으로 불만족한 사모님과 하인의 포르노그래피적 클리셰를 다른 각도에서 변주해낸다. 수동적인 섹스에 몸을 맡겨도 채털리는 별 감흥이 없다. 그녀에게 쾌감을 주는 것은 숲과 인간의 교감에서 얻은 자연인으로서의 자각이다. 촉촉한 이끼 풀발과 빛나는 녹음, 개울물의 맑은 음색이 빚어낸 공감각적 심상은 두 연인의 정사 장면보다도 에로틱하다. 원작자인 로렌스가 신분의 선을 넘은 질펀한 정사로 부르주아 성 관념과 황폐한 물질문명의 환멸을 말했다면, <레이디 채털리>는 한 여성이 스스로 생의 쾌락을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여성의 능동적 성을 과장된 욕정으로 왜곡하지 않는 섬세하고 사려깊은 묘사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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