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21세기 무성 극영화 <악몽의 섬>
2007-05-0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악몽의 섬> Brand upon the Brain!
가이 매딘/캐나다, 미국/2006년/95분/시네마스케이프-마스터즈

“가이 매딘의 영화를 보지 않고는 진정으로 낯선 영화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 생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낯선 영화를 만드는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가이 매딘을 소개할 때 쓴 상찬이다. 몇 년 전부터 국내의 국제 영화제를 통해 자주 소개되면서 이 캐나다 위니펙 출신 몽상가의 이름은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졌다. 그러나 이름이 낯익어진 것에 비해 그의 영화는 여전히 지구 바깥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혹은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온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내 영화는 항상 동시대 영화들과 동떨어져 있다”고 가이 매딘은 인터뷰 때 말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의 영화는 거의 무성 영화적일 뿐 아니라 종종 완벽한 무성영화의 현존이다. <악몽의 섬>은 현대 영화의 유행에 등 돌리고 서 있는 꿋꿋한 독단자에 의해 탄생한 영화적 프랑켄슈타인이다.

가이 매딘은 종종 그러했듯 이번에도 주인공에게 자기의 이름을 붙인다(심지어는 본인의 한때 직업이었던 페인트 공의 면면도 주인공에게 부여한다). 유년시절의 고향 그러나 차라리 환상의 섬이라고 불러야 맞을 그 곳으로 되돌아온 주인공 가이의 기억을 따라 영화가 전개된다. 등대 꼭대기에 살며 섬을 감시하고 호령하는 무서운 어머니와 지하 골방에서 뭔가의 연구에 골몰하는 과학자 아버지. 그리고 그들 밑에서 자라는 가이와 누나 시스. 부모가 사육하듯 기르는 고아들과 그들의 뒤통수에 나 있는 원형의 흉터들. 한 마디로 무언가 음산한 위험으로 가득한 이 섬. <악몽의 섬>은 기억과 꿈의 설명하기 어려운 교합이며 기괴하고 현란한 동화이며 속도전적 몽타주로 이뤄진 21세기 무성 극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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