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과 열정이 언제나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의 신동 우타는 열정을 잃었고, 열정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와오는 재능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하기우다 코지 감독은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음악은 먼 곳이 아닌 자신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피아노 선율이 가득한 영화 <신동>에 담아냈다. “마치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신동>은 사소우 아키라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원작의 매력에 빠져버린 감독은 이 만화를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에 시달리다가 “모험심으로 영화를 시작”해버렸다. “영화와 만화는 그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원작을 그대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원작이 주는 감동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한 명의 팬으로써, 우리들만의 <신동>을 만들었다.” 집 근처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며 본격적인 음악 영화를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음악에만 몰입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영화 속 인물들과 그들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음악이 대사가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화를 전공하던 대학생이었을 때 그는 영화를 계속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그런 그에게 허우 샤오시엔의 <연연풍진>은 영화의 길을 계속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와 주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는 설명할 수가 없다. 단지 그 영화가 너무나 좋았다.” 영화의 길을 꾸준히 걸어갈 그의 다음 작품 또한 사소우 아키라의 만화 <아이들의 아이들>을 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출산을 하는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고가는 무정형의 것들을 그리고 싶다는 하기우다 코지 감독. 다음 영화에서도 그만의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연주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