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The Prisoner
아다치 마사오/일본/2006년/113분/시네마스케이프-마스터즈
M은 ‘세계혁명’을 약속한 동지들과 함께 공항에서 테러를 감행하다 체포된다. 목숨을 끊지 못한 M은 수감되고, 가혹한 고문이 그에게 벌로 주어진다. M은 또다른 테러 계획을 털어놓으라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이들 앞에서 조금씩 무너진다. 영화는 굳건한 이념을 견지했던 M이 한발씩 물러서면서 그가 왜 테러리스트가 됐는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폭압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언어로 약속한 혁명의 신념이 온갖 상상들과 인물들로 분장하고 M의 분열된 의식 위로 부상하는 장면들은 강렬하다.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언명과 혁명은 이미 끝났다는 속삭임 앞에서 M은 점점 미쳐간다. 주어진 자유라곤 광기 뿐인 M을 클로즈업 하는 카메라는 세상을 벗어난 광기만이 M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출구임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아다치 마사오 감독은 와카마츠 고지와 함께 팔레스타인으로 건너가 <적군/PELP: 세계전쟁선언>(1971)을 만들었던 인물이다. 1960년대 일본 전공투(전학공투회의)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영화를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팔레스타인에서 혁명 운동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2000년에 일본으로 강제송환됐다. <테러리스트>는 총을 놓은 그가 35년만에 만든 신작이다. “너는 개다, 아니면 돼지다”라는 세상의 강요 앞에서 끊임없이 고개를 젓다가 “언젠가 잡히고 말 것이다”라는 공포에 사로잡혀가는 영화 속 M은 감독 그 자신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런 경험의 산물일 것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하는 한 인간의 처참한 고백록을 <테러리스트>는 심도있는 1인극의 형태로 재구성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