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편안하고 사랑스런 치유의 영화 <파리에서>
2007-05-03
글 : 김민경

<파리에서> Inside Paris
크리스토프 오노레/프랑스/2006년/92분/시네마스케이프-비전

폴은 극도로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다. 애인인 안나와 함께 중부 프랑스의 전원으로 이사한 그는 곧 관계를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안나를 사랑하지만 그의 타고난 예민함은 안나를 힘들게 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우울에 틀어박힌 서로의 약한 마음을 감지하면서도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한다. 결국 안나와 헤어져 파리의 집으로 돌아온 폴은 사춘기 소년같은 발작적 우울에 시달린다. 한편 동생 조나탕은 형을 위로해주라는 아버지의 부탁에 콧방귀만 뀐다. ‘가족의 슬픔을 못 본체 하’는 초연함이 자기 집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흥얼거리며, 조나탕은 길에서 만난 여자들과 가볍게 사랑을 나눈다. 아버지는 예민한 첫째와 생각없는 둘째를 잘 다독여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지만 하지만 그의 서투른 접근은 아들들을 짜증스럽게 한다. 사실 이 3인 남성 가족은 각자 간직한 내밀한 우울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중이다. 원인없는 마음의 내상을 안고 사는 형, 상처 없는 가벼운 관계만 쫓는 동생, 이혼과 퇴직 후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한 아버지를 중심으로, <파리에서>는 상처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는 방법을 모색한다. 모든 사람들은 눈동자 색깔처럼 우울을 타고 나는 법. 그런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가 나른한 재즈 피아노 음색을 타고 공명하는, 편안하고 사랑스런 치유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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