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사랑의 시선> 감독 우에오카 요시하루
2007-05-04
글 : 이영진
사진 : 조석환
“사랑을 찾기 위한 부조리한 로드무비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사랑의 시선>은 희귀한 영화다. 디지털 시대에 8mm 카메라로 찍었다. 게다가 장편이다. 우에오카 요시하루 감독은 관음증에 사로잡힌 남자, 이국에서 몸을 팔아야 하는 베트남 여자, 그리고 굶어죽어 가는 아이들이 영영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의 도시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기묘한 분위기의 흑백영화를 도쿄영화미학교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다.

-왜 디지털로 찍지 않았나. =필름으로 찍으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프레임 안에 함께 존재한다. 그런데 디지털은 모든 것을 남김없이 표현해 버린다. 최소한의 빛만 있으면 다 드러나지 않나.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말이다. 디지털은 정보량이 지나치게 많다. 그래서 관객들의 상상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듣고 보니, <사랑의 시선>은 디지털로 찍어선 절대 안되는 영화였을 것 같다. 어떤 인물이나 사건을 묘사하기 보다 결핍으로서의 밤의 정서를 포착하는데 주력하니까 말이다. =맞다.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애초에 도쿄영화미학교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 준 거였다. 요즘 학생들이 너무 디지털 작업만 하는게 우려가 되서 교장에게 8mm 작업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허락을 받았다. 학생들에게는 먼저 섹스, 폭력, 식욕, 질주라는 4가지 제시어를 주고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오라고 했다. 근데 받아봤더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내가 그냥 써 버렸다.

-애초에 생각해 둔 아이템이 있었나 보다. 뚝딱 쓸 수 있었던 걸 보니. =제작비를 직접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1편 만드는데 4, 5년씩 걸린다. 구상 기간이 길다 보니 아이디어들이 머리 속에 산처럼 쌓여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사랑의 시선을 갈구하지만, 그들의 욕망은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다. =지난 20년 동안 상업영화를 포함해서 8편을 만들었다. 근데 사랑에 관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더라.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아, 그렇다고 내가 남의 사랑을 훔쳐 보는 키쿠 같은 사람은 아니다.(웃음) 돌이켜 보면, 사랑을 찾기 위한 부조리한 로드무비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영화에 빠진 건 언제부터였나. =중학교 때까지 야구선수로 뛰었다. 지금도 보는 건 좋아한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광팬이다. 이승엽은 정말 굉장한 타자다. 근데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좀 다르다. 고등학교에 갔는데 정해놓은 그라운드 안에서 정해진 룰을 갖고 승부를 내는 스포츠 보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세계를 눈 앞에 보여주는 영화가 훨씬 좋아졌다. 그래서 학교에 안 가고 극장에서 살았다. 3년 동안 3천편 정도 봤던 것 같다.

-영화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감독들이 있다면. =굳이 꼽으라고 하면 페데리코 펠리니, 오즈 야스지로, 로버트 알드리치, 가와시마 유조 등등등등.(웃음) 중요한 건 걸작이든, 쓰레기든 모두 내게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모든 영화가 내 선생이었다.

-출석률이 저조한데 졸업이 가능했나. =졸업 무렵에 선생님한테 가서 무릎 꿇고 빌었다. 대학에 가고 싶으니 좀 눈감아 달라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진 않았는데. =내가 지원한 학교에 영화과가 없었다. 그래서 심리학을 배웠다.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2편의 단편영화를 만들긴 했다. 졸업 후에 광고회사에 들어갔는데 6개월만에 때려치웠다. 뭔가를 팔기 위해 만드는 것이 체질적으로 안 맞더라. 그리고는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주욱 지냈지.(웃음)

-구로사와 기요시와의 각별한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회사 그만두고 1984년에 간사이 지방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인들과 함께 <꿈에서 만납시다>라는 장편을 찍었는데 꽤 흥행이 됐다. 구로사와 기요시와는 도쿄 순회 상영 때 만나서 친해졌다.

-상업영화 쪽에는 전혀 관심을 안 뒀나. =<정령의 속삭임>이라는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는데 쫄딱 망했다. 이후에 드라마 연출을 하기도 했는데, 샐러리맨 같은 삶이 너무 싫었다. 모든 게 답답해서 10여년 전에 영화를 그만뒀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주위를 둘러봤더니 아내와 아이들이 눈에 밟히더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무렵 구로사와 기요시 등이 도쿄영화미학교로 불러줬다. 갔더니 옛 친구들은 다들 유명한 감독이 되어 있더만.

-차기작은 어떤 건가. =메테를 링크가 쓴 <파랑새>라는 동화와 자기 자식을 죽인 한 여자의 실화를 더한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언제 완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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