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가 정 못 참겠으면 나가야지. 그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다.” 꼭 엔딩 크레딧까지 보는 것만이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은 아니란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흐름’ 섹션 심사위원을 맡은 정찬의 주장이다. 덧붙여 심사위원이 되니 졸 수도 없어서 괴롭다고 목소리를 낮춘다. 그래도 심사를 맡은 한국영화만은 책임있게 보고 있으니 믿어달라고. 필모그래피가 길지 않은 배우인만큼 처음엔 ‘네가 무슨 자격으로 심사위원을?’이라는 못미더운 눈초리들에 부담이 없지 않았다. 제안을 받고 본인도 고개를 갸웃했지만, 저예산영화 <가능한 변화들>로 인연을 맺은 이래 매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온 그에게 민병록 집행위원장과 관계자들은 “전주영화제 색깔 잘 알잖아”라고 응수했다. 처음의 부담감은 그냥 “생까기로” 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혼자 영화관을 다니며 시작된 영화광의 경험을 믿기로 한 것. 장르영화를 즐긴다는 그는 누아르와 좀비 영화와 주성치 영화를 먼저 꼽는다. 아직도 고다르 영화는 힘들어서 끝까지 못 보지만, 타르코프스키 영화들은 죄다 봤다니 본인이 생각해도 “종잡을 수 없는 취향”이다. 영화제 기간동안 하루 4편의 영화를 소화하고, 특히 자신이 GV(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작품은 두 번 이상 본다. GV는 즐거운 경험이지만, 다만 이제 “이 영화를 왜 만들었냐” “왜 장면을 넣었냐”는 질문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그런 분들에겐 그 자리에 ‘왜 앉아 있냐’고 묻고 싶어진다.” 영화를 읽는 본인의 즐거움을 남에게 넘기지 말라는 것. 영화제는 “영화를 실컷 보고 즐기고 욕하고 토하는” 흔치 않은 자유의 공간이니까. 공식 행사나 외국 감독을 만날 때 입으려 가져왔다는 그의 티셔츠는 앞에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 뒤에 “팔레스타인 해방”이 쓰여 있다. “배우로서 영화제와 함께하는 것도, 일종의 ‘운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에게 영화제는 즐거운 소신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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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흐름’심사위원 맡은 배우 정찬
사진 장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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