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맨의 거미줄이 국내 극장가를 삼켰다. 미국 개봉일보다도 3일 앞선 지난 5월1일 전국 61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스파이더맨 3>는 개봉 당일 50만2200여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았다. 같은 날 개봉한 장진 감독, 차승원 주연의 <아들>은 관객 수가 4만5800여명에 그쳤고 개봉 3주차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던 <극락도 살인사건>도 전국 4만6천명 정도를 동원했다. <더블타겟> 등 기타 영화들의 관객 수 역시 1만~2만명선에 그쳐 5월1일 근로자의 날 극장가는 <스파이더맨 3>의 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파이더맨 3>는 개봉 이튿날인 수요일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19만67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양일간 전국 70만명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관객동원력을 과시했다.
<스파이더맨 3>의 이 같은 흥행 돌풍은, 물론 영화 자체의 힘에도 기인하고 있지만 지난 몇달간 커다란 볼거리 없이 지속돼온 썰렁한 극장가에 관객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얻어진 현상이다. 그러나 이 흥행력이 충무로 관계자들이 바랐던 것처럼 ‘오버플로’ 효과를 일으켜 비수기의 극장가를 해갈해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리 낙관적인 전망만 있지 않다. 한편의 기대작이 오버플로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다른 개봉작들이 경쟁 가능한 관객동원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현재 극장가는 그렇지 않다는 것. 한 관계자는 “<웰컴 투 동막골> 개봉 때를 예로 들면 <웰컴 투 동막골>이 아니면 <친절한 금자씨>를 보자, 하는 식의 동반 관객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스파이더맨 3> 하나밖에 없다”면서 “판을 뒤엎을 만큼의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을 배급한 시네마서비스의 이원우 배급팀장도 “퍼스트 초이스에서 다른 영화들이 완전히 밀려 있는 상황”이라며 “어떤 점에서는 부정적인 의미의 쏠림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스파이더맨 3>의 흥행 독주는 개봉 주말까지 확실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5월3일 목요일 6시 오후 현재 <스파이더맨 3>는 CGV 예매사이트에서 81.8%, 맥스무비 사이트에서 72.4%라는 압도적인 수치의 예매율을 각각 보이고 있다. 배급 관계자들은 <스파이더맨 3>가 개봉 주말에만 전국관객 200만명선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맞먹을 만한 동원력의 개봉작이 없는 상황에서 극장가는 해갈의 출구를 쉽게 찾지 못한 채 오는 5월25일 또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