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집중을 금하세요.” 영화 <바벨>이 상영 중인 일본 극장가에 이상한 경고 문구가 나붙었다. 영화를 보던 관객 중 일부가 구역질을 동반한 육체적 피로감을 호소한 것. 아이치, 미에, 미야기, 후쿠시마, 니가타, 치바, 오사카, 도쿄 등의 극장에서 약 15명의 관객이 극장쪽에 불만을 표했다. 이중 1명은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고야에 위치한 미드랜드 스퀘어 극장의 한 관계자는 “5명의 여자 손님들이 영화가 끝난 뒤 피로감을 토로했다”며 영화사 쪽에 필요 조치를 요구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극중 청각장애인 여고생이 클럽에서 춤추는 부분. 영화의 일본 배급사인 가가커뮤니케이션은 “클럽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스트로브 조명이 관객에게 일종의 현기증을 유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장면의 스트로브 조명은 약 1분간 계속된다.
극장쪽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처음엔 영화의 책임을 회피하던 가가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신문광고, 영화 홈페이지 등에 경고 문구를 넣기로 결정했으며, 영화의 해당 장면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하도록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바벨>은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 등을 연출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006년 작품. 모로코, 일본, 멕시코, 미국 등을 배경으로 네쌍의 인물군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냈다. 일본에서는 야쿠쇼 고지, 기쿠치 린코 등이 출연하며 화제가 됐고, 기쿠치 린코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1997년 애니메이션 <포켓몬> 시리즈를 보던 어린이 관객들이 구토와 경련 증상을 보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의 원인도 극중에 과도하게 사용된 적색과 청색의 빛. 4월28일 일본에서 공개된 영화 <바벨>은 현재 전국 3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