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결혼 성사 프로젝트] 웨딩마치를 울리는 그날까지!
2007-05-15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적은 내부에 있다. 수많은 커플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요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집안의 반대다.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제 자식이 아까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들 딸의 애인에게 어디 ‘기스’라도 난 곳 없나 이 잡듯 뒤져보는 부모들은 동서양의 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도 여러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 총격전이라고 초특급 태풍이라고 사랑에 눈먼 커플들의 애정 포스를 막을 수 있을까. 장애를 넘고, 고난을 극복해 결혼에 골인한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내부의 적과 싸워 이기는 법’을 배워본다.

적은 내부에 있다. 수많은 커플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요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집안의 반대다. 한국적인 특성이라고? 제 자식이 아까워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아들 딸의 애인에게 어디 ‘기스’라도 난 곳 없나 이 잡듯 뒤져보는 부모들은 동서양의 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도 여러 집안에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무차별 총격전이라고 초특급 태풍이라고 사랑에 눈먼 커플들의 애정 포스를 막을 수 있을까. 장애를 넘고, 고난을 극복해 결혼에 골인한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내부의 적과 싸워 이기는 법’을 배워본다.

case 1. <못말리는 결혼>

“적군의 고민 해결에 직접 나서라”

누가? 시어머니와 아버지의 멱살잡이 십자포화를 뚫은 은호(유진)

이렇게 당했습니다 “시어머니(김수미)는 방울토마토도 센강의 향이 느껴진다는 프랑스산만 드시는 졸부, 앗, 그게 아니라 서구적인 취향을 가진 분이고 우리 아버지(임채무)는 술도 복분자주, 집도 한옥만 고집하시는 분이죠. 더 결정적인 건 시어머니가 대형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려는 강원도 땅에 알박기를 한 장본인이 우리 아버지라는 거죠. 물론 뭐 거기에도 다 슬픈 패밀리 히스토리가 있답니다. 암튼 처음 인사가자마자 가사 도우미로 오해받지를 않나, 상견례 자리에서 시어머니는 “돈 좀 못 벌고 사회적 위치가 바닥이면 어떠냐”고 제 칭찬을 하시더군요. 두분 급기야 기백(하석진)씨와 제 결혼을 막기 위해 두분이 위장연애까지 하시더라구요.”

이렇게 이겼습니다 “사업이 지연되자 외국인 투자자가 어머니한테 투자 철수를 선언했나봐요. 그때 제가 어머니 드리려고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 가는 길에 그 외국인과 부딪쳤죠. 마침 그 사람이 인형광이라나 어쨌다나. 그래서 인형 이야기를 해주면서 어머니가 얼마나 훌륭한 분인지 ‘구라’를 좀 풀었죠. 그러니까 바로 사업이 다시 성사됐고, 결혼도 오케이! 근데 자식 열심히 키웠다고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다니 내 참, 그 외국인 바보 아니에요?”

case 2. <게스 후?>

“동병상련의 상황을 만들어 아군으로 포섭하라”

누가? 백인이라는 이유로 흑인 장인에게 시달리다가 동지가 된 사이먼(애시튼 커처)

이렇게 당했습니다 “장인(베니 맥)이 제 피부색을 알고 계시는 줄 알았죠.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 우리를 데려다준 흑인 택시기사와 악수하면서 저보고는 짐을 옮겨놓으라나요. 회사 동료들에게는 제 이름을 자말이라고 소개하고 농구장학생이었다고 하질 않나, ‘장벽을 뚫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걸 공개하는 것’이라면서 저한테 흑인에 얽힌 농담을 해보라고 했다가 패죽이려고 하지를 않나, 그러면서 저한테는 밀가루 반죽이니, 새똥(하얗답니다)이니 아무렇지 않고 말하고. 테레사(조 살다나)와 사고라도 칠까봐 제가 묵는 지하방에 내려와서 매일 저를 껴안고 자더군요. 경쟁심에 불타서 둘이 모형자동차 경주를 하다가 골로 갈 뻔한 적도 있다니까요.”

이렇게 이겼습니다 “은혼식을 앞두고 장모님께 읽어드리려 준비하던 편지가 유행가 가사를 베낀 걸 알아봤죠. 두분이 티격태격할 때 슬쩍 꼰지르는 센스(!)를 발휘한 건 제 타고난 순발력 덕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뚜껑 열린 장모님이 테레사와 함께 집을 떠나자(테레사가 함께 간 이유는, 우리 사이에도 약간 오해가 있었죠, 흠흠) 닭 쫓던 개꼴이 된 두 남자가 동병상련의 처지가 된 거죠. 장인은 제가 했던 말을 그대로 베껴서 써먹어 장모님과 화해했답니다.”

case 3. <퍼펙트 웨딩>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맞짱으로 승부하라”

누가? 주먹다짐도 불사한 전투 끝에 애인을 쟁취한 철녀 찰리(제니퍼 로페즈)

이렇게 당했습니다 “시어머니(제인 폰다)는 현직 대통령과도 친구 먹을 정도로 유명한 방송인이셨죠. 잘 나가는 외과의사인 케빈(마이클 바턴)은 그의 유일한 가족이구요. 대충 분위기 파악되시죠? 고상한 우리 어머니, 화려한 파티와 그보다 화려한 손님들에게 “임시직”이라는 말을 빼먹지 않고 저를 소개하시고, 갑자기 아프다는 핑계로 케빈이 출장간 우리집에 와서 밤새도록 저를 잠고문으로 나를 괴롭히더니 또 한번은 선물을 하고 싶다고 부르더니 가시덩굴로 휘감긴 십자가 장식품, 이딴 것들을 주시는 거예요. 물론 하이라이트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제게 아몬드 한 사발을 쏟아넣은 수프를 만들어주신거죠.”

이렇게 이겼습니다 “제 인상 보면 말 안 해도 감잡으실 텐데요? 사실 점잖은 한국분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주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어머니가 뺨따귀 날려서 그대로 돌려드렸구요, 입지도 못할 초미니 사이즈 드레스를 선물해주신 데는 50년대 빈티지풍이라고 할까요, 빈티라고 할까요, 그런 드레스로 보답했죠. 아몬드 수프와 어울리는 신선한 내장 요리를 만들어 약도 살짝 타드리고. 며느리 맞냐구요? 나 제니퍼 로페즈예요. 성질 아시잖아요.”

case 4. <미트 페어런츠>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라”

누가? 비밀요원 출신 장인에게 고문당했던 간호사 그레그 파커(벤 스틸러)

이렇게 당했습니다 “그래요, 저 간호사예요. 남자가 간호사인 게 문제있어요? 안 그래도 결혼 전 장인(로버트 드 니로)의 무시에 아주 질렸다구요. 괜히 여자친구 팸(테리 폴로)의 잘 나가는 옛날 남자친구 집에 날 끌고 가서 찌질이 만들고 말이죠. 사실 팸의 집에 처음 갔을 때 좀 재수가 없었죠. 다이아몬드 반지가 든 가방이 없어지질 않나, 변기가 넘치질 않나, 집에 불이 나질 않나. 하하하. 그때마다 장인이 보여준 찬바람 쌩쌩 도는 눈빛 자체가 고문이었죠. 그렇다고 저를 의심하다 못해 장인의 옛날 전공이었다는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한 건 너무 심하지 않아요? 하긴 전기고문 안 당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위로받고 그랬어요.”

이렇게 이겼습니다 “완전 낙심해서 공항으로 돌아갔는데 거기서까지 말썽이 일어났죠. 결국 비행기도 못 타고 갇혀 있는데 웬일로 장인이 찾으러 왔더군요. 결국 풀죽어 포기하는 척한 게 오히려 적의 연민을 자극한 셈이죠. 고도의 지능적인 수법이라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이긴 게 아닙니다. 그 다음에 두 집안의 상견례(<미트 페어런츠2>) 때 벌어졌던 일들은 생각하기도 싫고, 아~, 실은 아직도 장인 생각만 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흑”

case 5.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개성적인 가족은 엽기적인 사고로 제압하라”

누가? 약혼자의 동생과 눈맞은 메리디스(사라 제시카 파커)

이렇게 당했습니다 “저는 유능하면서도 반듯한 커리어우먼의 표준 같은 인물이죠. 반면 크리스마스 휴가 때 인사갔던 제 남자친구 에버릿(더모트 멀로니)의 식구들은, 흠, 좀 개성이 강하죠. 내게는 신경도 안 쓰고 자기들끼리 가족사진을 찍더니 아이가 내 구두를 망가뜨려도 대단찮게 여기고, 어머니라는 분은 자식들을 다 게이로 키우고 싶었다질 않나, 식구들 모두 저를 동성애 혐오자로 몰아가더군요. 에버릿 여동생의 싸가지는 한대 패줘도 시원찮을 거 같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동생 줄리(클레어 데인즈)를 불렀는데 맙소사, 이 사람들 저한테는 눈길도 안 주고 차라리 저와 줄리를 바꾸고 싶다는 티를 대놓고 내더란 말이죠.”

이렇게 이겼습니다 “술김에 서방질이라고, 앗 실수,는 아니고 술김에 나도 모르게 저지른 사고라서 아무에게나 권할 수는 없는 비법입니다만. 에버릿의 자유분방한 동생 벤(루크 윌슨)이 낙심한 저를 위로해준다기에 같이 술을 마시러 갔다가 이 모든 사달이 났지요.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서 상상하세요. 욕하지 마시라니까요. 그 사이 에버릿과 줄리도 정분이 났으니 피해자 없는 게임이라구요. 이 엽기 가족, 쌍쌍의 엽기 연애에 질려버린 거죠.”

case 6.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사’자 만큼 상대 부모의 마음을 녹이는 무기는 없다”

누가? 첫사랑과 결혼하기 위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태일(차태현)

이렇게 당했습니다 “사실 전 이른바 문제아라고 하는 계통의 소년이었어요. 그래도 죽으나사나 일편단심 제 목표는 일매(손예진)과 결혼하는 거였죠. 그래서 장래의 장인(유동근)어른에게 일매를 달라고 별짓을 다했죠. 제 성숙함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팬티도 내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전국 30만등 하던 제가 전국 3천등 안에 들면 일매를 주겠다는 거예요. 눈 까뒤집고 공부했죠. 서울대 법대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법고시에 패스해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소설 <봄봄>의 주인공입니까? 일매가 점순이입니까? 이러다가 뽀뽀 한번 못해보고 인생 종치나 매일 악몽 꿨습니다.”

이렇게 이겼습니다 “뭐 다른 이유가 필요하세요? 저 ‘사’자 달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이것만큼 언제 어디서나 프리패스되는 도구가 있나요? 물론 고지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일매가 갑자기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고 해서 간 떨어진 적도 있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일매 걔도 웃겨요. 죽을 병 걸려서 나한테 피해주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했다는데 사기당할 뻔한 그놈은 뭐가 됩니까? 저 아직도 그놈한테 협박당하고 있습니다. 죽을 맛이에요.”

case 7. <나의 그리스식 웨딩>

“굴욕도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다”

누가? 보수적 그리스 집안에 적응하다가 머리까지 벗겨진 이안(존 코벳)

이렇게 당했습니다 “당하다니요. 하하,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 아닙니까? 기모노라는 말조차 그리스어가 기원이라고 믿는 자부심 강한 그리스인의 딸과 결혼하려면 제가 그리스인이 되는 게 당연하죠. 물론 서른살 먹은 툴라(니아 바르달로스)와 첫 데이트할 때 장인의 허락을 먼저 안 받았다고 찍혀서 처음에는 고생을 좀 했지만요. 익사할 뻔하기는 했어도 그리스식 세례도 받았고, 저희 부모님은 파티에 오셨다가 그리스식 폭탄주 수십 잔 마시고 병원에 실려갔지만 뭐 그게 대수겠습니까. 또 누나를 고생시키면 사고사로 위장해서 죽이겠다는 처남들의 우애는 얼마나 감동적인지요.”

이렇게 이겼습니다 “이기다니요. 처음부터 날 잡아 잡수세요 하면서 백기 들고 투항했는 걸요. 툴라의 형제, 사촌, 이모, 고모, 숙부, 숙부의 사돈과 그 사돈의 팔촌까지 허구한 날 모여서 파티를 여는 데도 이제 익숙해졌습니다. 참, 결혼할 때 장인어른이 떡하니 집 한채 사주셨죠. 그 선물 아니었으면 모기지론 값느라 30년 동안 허덕였을 거 생각하면 그 모든 고난이 버틸 만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진정한 승리자는 저군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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