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달려라 청춘
2007-05-11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못말리는 결혼>의 하석진

잘생긴 얼굴은 첫눈에 드러나게 마련이다. 모 항공사 CF에서 여행길에 만난 할아버지와 건실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하석진도 영화에서는 자신의 멋진 외모를 첫눈에 각인시켜야 했다. <방과후 옥상>의 카리스마 넘치는 싸움 짱 제구나 또래에 비해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분출했던 <누가 그녀와 잤을까?>의 고교생 선수 태요, 모두 첫눈에 강렬한 인물이었다. 그런 하석진이 <못말리는 결혼>에서는 오히려 생머리를 걷고 얼굴을 드러내는 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굳게 쥔 주먹을 풀고, 거만한 눈빛에 힘을 뺀 그는 이 영화에서 애교는 물론이고 투정까지 부리며 생애 첫 코믹연기에 도전했다. “교복입고 주먹질하는 배우로만 기억되는, 조금은 지겨웠던 차에 만난 작품이에요. 폼 잡을 필요도 없이 몸이 흐르는 대로 연기하는 모습이 제가 보기에도 편하던데요.”

영화에서는 교복CF 못지않은 태를 드러냈지만, 실제 하석진은 군복도 입어본 스물여섯살의 청년이다. 전투경찰로 보낸 군생활을 마친 뒤 “입사지원 때 가산점이 붙을까 싶어서” 항공사의 모델공모에 지원했을 때까지만 해도 배우는 그가 그려놓은 인생의 밑그림에서 배제된 부분이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대기업에 취직해서 빨리 임원이 되는 게” 꿈이라면 꿈이었을 정도. 배우를 위해 준비해놓은 건 아무것도 없는 터라 그에게 지난 2년 남짓한 배우생활은 많은 반성과 노력을 해야만 했던 시기다. “일반적인 회사와는 달리 배우는 백번 잘해도 한번 못하면 100만명에게 욕을 먹는 직업이잖아요. 그래도 2년 정도 하니까 이젠 적응도 많이 됐고, 어떻게 해야 살아남겠다는 계획도 생겼어요.” 지금 그의 계획은 당분간은 밝은 성격의 배역으로 관객과 만난 뒤,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내공을 쌓아 “<달콤한 인생>의 선우처럼 뜨거운 가슴을 가진 남자”를 제대로 연기해보는 것이다. 배우를 향한 본격적인 궤도를 밟아 몸과 마음이 바쁜 탓인지 그에겐 선우처럼 찰나의 사랑도 할 겨를이 없는 듯했다. “연애야 뭐 때가 되면 하게 되겠죠. 이왕이면 연애도 제 연기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독한 사랑? 이런 건 별로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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