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스팟]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의 상징이다
2007-05-14
글 : 강병진
<스파이더맨 3> 타이틀 시퀀스 디자인한 이희복씨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타이틀 시퀀스는 흥미로운 복습이다. 전편의 이야기를 복기하면서 앞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는 이 시퀀스는 변주를 더해가는 스파이더 맨의 비행실력 만큼이나 다채로운 매력을 갖고 있다. 거미줄로 장면을 조각내 꿰어 맞춘 <스파이더맨 3>의 타이틀 시퀀스 또한 마찬가지. 놀랍게도 이 타이틀을 디자인한 이는 올해로 서른을 맞은 한국인 이희복씨다. 한국에서 삼성아트&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현재 타이틀 디자인의 대부로 불리는 카일 쿠퍼와 함께 일하고 있다. <페인티드 베일> <슈퍼맨 리턴즈> 등의 타이틀을 디자인했던 그에게 이메일을 통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스파이더맨 3>의 타이틀 시퀀스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구상했나.
=거미줄에 달려 있는 물망울, 베넘의 검은 액체, 조각처럼 분리된 이미지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결국에는 1편과 2편 타이틀의 후편처럼 만들기로 했고, 2편 타이틀의 ‘조각’ 아이디어를 따와 3차원 거미줄 공간에 놓는 이미지를 구상했다.

-1편과 2편의 타이틀 시퀀스는 어떻게 평가했는가.
=개인적으로 1편의 타이틀 시퀀스를 좋아한다. 완성도라든지 타이틀 시퀀스가 가져야 할 상징성 등이 잘 함축되어 있다. 2편은 매우 단순하게 처리된 것 같다. 마치 3편의 타이틀 시퀀스를 예고하듯 여백도 남아 있어서 1, 2편의 타이틀 시퀀스를 조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 일에서 느끼는 매력은 무엇인가.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타이포그래피, 음악, 스토리텔링의 결정체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확실하면 그 다음부터는 그것들을 가지고 어떻게 장난칠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 장난에 타이틀 디자인의 매력이 숨어 있다.

-카일 쿠퍼는 타이틀 시퀀스 업계의 거장이다. 그는 상사로서 어떤 사람인지.
=단순히 맹목적으로 일만을 고집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그 뒤에 더 큰 무언가를 생각하는 열정이 돋보인다. 기독교인으로서도 그를 존경하는 데, <쎄븐>의 타이틀을 만들 때는 자신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악’에 대한 남다른 생각으로 디자인에 접근했다고 하더라.

-한국영화계에서도 요즘은 타이틀 시퀀스에 관심을 갖고 의욕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사실 한국의 영화 타이틀은 미국이나 다른 유럽의 타이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만약 내가 좀더 앞서 있다면 그것은 단지 미국의 영화 시장이 훨씬 커 더욱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장과 고객이 같이 성장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한 전체적인 성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 또한 디자이너의 의무일 것이다. 의무를 저버린 채 미국에서 활동하는 나로서는 어떤 조언을 할 위치가 아닌 것 같다.

사진 소니픽쳐스릴리징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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