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3>가 전세계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스파이더맨 3>는 미국 개봉일인 5월4일부터 6일까지 미국 내에서만 1억4800만달러, 해외에서 2억2700만달러 등 전세계 극장가에서 3일 만에 3억7500만달러라는 폭발적인 오프닝 성적을 보였다. <스파이더맨 3>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2005)가 세운 전세계 개봉성적 3억300만달러를 가뿐히 넘기며 역대 최고 세계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스파이더 맨 3>의 해외배급 프린트 개수는 약 8900개. 107개 국가에서 개봉했고 개봉 당일 107개 해외 박스오피스 1위를 전부 탈환했다. 이중 한국,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중국, 브라질 등 29개 국가에서는 해당국의 개봉 첫주 스코어를 경신했다.
미국 내 흥행은 말할 것도 없다. <스파이더맨 3>는 역대 최대 개봉규모인 4252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2006)이 세운 오프닝 성적 1억3600만달러를 넘었다. <스파이더맨 3> 개봉 당일 미국 내 극장 평균 흥행수입은 3만4807달러로 <엑스맨: 최후의 전쟁> 개봉일에 세워진 3만3296달러의 기록이 경신됐다. <스파이더맨 3>의 개봉 전주, 미국 박스오피스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3.5% 증가한 수준이었으나 <스파이더맨 3> 개봉주에는 그 비율이 6%를 넘었다. <스파이더맨 3>는 5월5일 토요일 하루 동안 자국에서 5100만달러를 벌어 <슈렉2>(2005)가 세운 기록 4480만달러를 깼고, 일요일 최고흥행수입을 낸 영화로도 기록됐다. 개봉 2일 만에 미국 내 흥행수입 1억달러가 넘은 영화로 <스파이더맨 3>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이후 두 번째다.
진기명기처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스파이더맨 3>의 흥행은 사실 2시간20분의 러닝타임과 시리즈 중 최악의 평단 반응을 감안할 때 할리우드 관계자들도 예측치 못한 수준이다. 에이미 파스칼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사장은 “(프로덕션 과정에서 추가 예산이 발생하기 전까지) 애초 이번 영화는 1편이나 2편보다 낮은 수준으로 예산이 책정돼 있었다”며 “이건 우리의 꿈도 초월한 결과”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스파이더맨 3>의 흥행 독주가 별다른 경쟁작 없는 개봉 2주차까지도 무난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5월18일의 <슈렉3>와 5월25일의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는 큰 적수가 될 전망. 분석가들은 특히 <스파이더맨 3> 못지않은 기대작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보란 듯이 기록을 갈아치우지 않을까 점치고 있다. 이외에도 올 여름은 <오션스 13>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 <다이하드 4.0> 등 막강한 속편들이 연달아 개봉을 앞둔 상황. 미국의 최대 흥행집계업체 미디어바이넘버스 대표 폴 더가라베리언은 “<스파이더맨 3>는 역사상 첫 번째 흥행 4억달러짜리 여름영화가 될 것 같고, 올해 미국 박스오피스 총수입 규모도 역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듯하다”며 “2005년의 슬럼프 속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LA타임스>가 논평하듯 업계에서는 “기록을 경신하는 영화가 시즌에 터져주는 것이 산업적으로 모두에게 희소식”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그랬듯, 할리우드 내에서도 <스파이더맨 3>의 괴물 같은 와이드 릴리즈 방식과 흥행을 비판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뉴욕타임스>는 5월6일자에서 “골리앗 방어하기: 할리우드 그리고 블록버스터의 기술(技術)”이라는 제목의 긴 논평성 기사를 통해, 관객의 취향을 마비시키고 기업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 블록버스터들의 시장 장악을 비판했다. “블록버스터라는 단어의 가장 나쁜 외전이 있다. 영화적으로 예술의 죽음을, 기업 이익의 승리를 알리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과 PPL과 개봉주 성적이 거둔 승리. 당신이 본 것은 유니타드를 뒤집어쓴 토비 맥과이어의 뜀박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