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서핑하는 펭귄의 삶을 따라간다
2007-05-15
글 : 황수진 (LA 통신원)
역동적인 펭귄 애니메이션 <서핑업> L.A 시사기

또 펭귄 애니메이션이라니. 연말에 개봉한 펭귄 애니메이션 <해피피트>가 여전히 극장가에서 선전하던 지난 1월31일의 소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그러나 멕시코, 호주, 스페인, 한국 기자 4명으로만 구성된 기자단이 반나절에 걸쳐 참가한 단출한 스튜디오 탐방이 끝나고 난 뒤의 <써핑업>에 대한 감상은, 앞선 우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할 만큼 독특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가공의 세계인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의 사실적 스타일이 만난 <서핑업>은 서핑을 하는 펭귄의 삶을 다룬 리얼리티쇼 버전의 애니메이션이다. 현장성을 포착하려는 <서핑업>의 카메라는 끊임없이 캐릭터들을 따라가고, 그 와중에 심하게 화면이 돌아갈 만큼 흔들리기도 하고, 갖가지 돌발 상황들과도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장면이 미리 정교하게 구성되는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는 역동성과 신선함이 10여분가량 공개된 컷들에서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제작팀은 특히 다큐멘터리나 리얼리티쇼에서 보여주는 카메라의 성격에 주목해 새로운 동적 캐릭터로서의 카메라를 고안해내었다. 스튜디오 내 레이아웃팀에 위치한 모션 캡처 카메라는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캡처하는 아이디어를 카메라에도 접목, 카메라 위 천장에 장착된 수많은 센서들을 통해 카메라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캡처해서 연결된 컴퓨터에 정보를 저장한다. 이제 이 가상의 촬영감독은 사람이 직접 핸드헬드로 촬영하듯 자연스럽고 생생한 움직임이 가능해지면서 좀더 자유로운 몸을 가지게 된다. 이후 레이아웃팀이 카메라와 주위 환경의 대략적인 정보 등으로 설계된 레이아웃을 캐릭터애니메이션팀에 넘겨주면, 그 위에 캐릭터들의 연기가 얹혀지고, 영상은 또다시 레이아웃팀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생명을 얻은 캐릭터들과 카메라들의 좀더 역동적인 관계가 설정되어지는 것이다.

마치 카메라 뒤에서 생생하게 엿보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서핑업>의 세계. 그러나 이 역시 누군가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세계이며, 전통적인 서사를 따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도 훨씬 더 정교하게 공들여진 세계라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서핑업>이 재구성한 ‘서퍼들이 경험한다는 살아 있는 순간’이 기대된다.

제작진 인터뷰

“’소니’ 스타일이 없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다”

<인어공주> <포카혼타스> 등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했고 <서핑업>의 프로듀싱을 맡은 크리스 젠킨스와 공동감독을 맡은 디즈니의 베테랑 애니메이터 출신 크리스 벅, 스토리 보드 아티스트 출신인 애시 브래넌을 만났다. 그들은 전날 있었던 테스트 시사가 만족스러웠는지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

-<서핑업>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
=(크리스 젠킨스) 4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 펭귄 프로젝트는 우리밖에 없었다. (웃음) 게다가 당시에는 일종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여서 지금과 같은 코미디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서퍼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타리와 당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리얼리티쇼에 영감을 받아서 애니메이션에 현실 같은 생동감을 불어넣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펭귄: 위대한 모험>, 그리고 <해피피트>가 먼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크리스 젠킨스) 그것 때문에 내가 요즘 술이 늘었다. (웃음) 농담이고, <펭귄: 위대한 모험>과 같은 다큐멘터리에 사람들이 호응을 보내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펭귄의 이야기를 좋아해주는구나’ 하고 고무되었다. <해피피트>는 전통적인 서사구조를 따르는 작품이다. 그에 반해 <서핑업>은 일종의 영화 뒷이야기나 리얼리티쇼의 서사 구조를 지닌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다.

-요즘 들어 펭귄이 가장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 이유가 뭘까.
=(크리스 젠킨스) 펭귄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어린아이가 자기보다 큰 외투와 목도리에 겹겹이 둘러싸여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친숙한 이미지가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들지 않는가. 실제로 펭귄은 사람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데가 있다.

-오랜 시간을 철저한 사전 조사에 투자했다고 들었다.
=(크리스 젠킨스) 펭귄의 생태와 서퍼들의 삶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했다. 서퍼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서 애니메이터들이 직접 샌디에이고로 내려가 세계 톱클래스의 서퍼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때 서핑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이나 서핑의 순간에 얻게 되는 영적인 깨달음 등 다분히 개인적이면서도 인상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크리스 벅)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각종 여행 잡지들도 좋은 참고가 됐다. 배경인 타히티의 풍광을 연구했는데, 그런 열대의 색감이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인상주의 스타일이 녹아들어가기도 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디즈니표 스타일이 있다. 소니 애니메이션이 다른 제작사와 차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나 색채가 있다면.
=(크리스 벅) 소니라는 서명이 없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나름의 독립적인 색채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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