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40대 아저씨여, 쇼를 하라! <즐거운 인생> 촬영현장
2007-05-15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스무살 젊은이들은 마흔이 어떤 나이인지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나이에도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까, 직선을 그으며 달려가기만 하다가 전혀 다른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억할 수나 있을까. 그러나 마흔 먹은 아저씨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년 전에 가지고 있던 젊음과 에너지와 꿈과 소망을.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의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는 <즐거운 인생>은 20년 전에 두고온 꿈을 기억해낸 40대 아저씨들의 이야기다. 이준익 감독은 “꿈은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꿈이 무엇인지 잊고 있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때 밴드를 했던 고등학생들은 인생에 낙이 없는 40대가 되어 있다. 그들은 구박덩어리 실업자로 지내거나(정진영) 머리 좋은 아이들 때문에 허리가 휘도록 교육비를 벌거나(김윤석) 기러기 아빠가 되어 홀로 늙어가고 있다(김상호). 기영은 그런 친구들을 모아 밴드 활화산을 만들지만 손가락은 굳어졌고 목청은 따라주지 않는다. 그들은 죽은 친구 상우의 아들(장근석)을 보컬로 영입해 다시 한번 불꽃을 뿜어내고자 한다.

홍대 부근 클럽 롤링홀에서 공개된 <즐거운 인생>의 한 장면은 마침 밴드 활화산이 좋은 시절을 누리고 있을 즈음이었다. 첫 번째 공연을 하게 된 활화산은 옥슨80의 <불놀이야>를 부르며 조카뻘 되는 젊은이들과 더불어 뜨거운 열기 속으로 돌진한다. 이날 연주는 모두 배우들이 직접한 것. <즐거운 인생>에 캐스팅되기 전에 드럼을 딱 한번 보았다는 김상호를 비롯한 활화산 멤버들은 하나의 곡을 연주해야 할 때마다 연습실에 갇히다시피 한 채로 연습했다고 한다. 김윤석은 “처음엔 가능할까 싶었는데 두평 남짓한 개인 연습실에 집어넣더니 문을 잠갔다. 예닐곱 시간이 지나 풀어주는 줄 알았는데 다같이 넓은 연습실에 몰아넣고 다시 문을 잠그더라(웃음)”고 지난했던 연습 과정을 들려주었다.

<즐거운 인생>은 음악이 소재라는 면에서 이준익 감독의 전작 <라디오 스타>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라디오 스타>가 스타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즐거운 인생>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하며 치열했던 젊은 시절을 돌이키는 중년 사내들의 영화를 설명했다. 잠자고 있던 불꽃에 산소를 불어넣은 이 남자들은 진정 ‘즐거운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올해 가을이 되면 문신을 하고 소매없는 티셔츠를 입은 귀여운 아저씨들의 노래 <불놀이야>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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