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스파이더 맨’보다 더 중요한 이 사람!
2007-05-1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당신이 거미 인간의 추종자이며 샘 레이미 전문가라고 굳게 믿는다면 한 가지 도전해볼 만한 과제가 있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어디쯤 이 남자가 등장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나왔다 금방 사라지는지 맞혀보는 것이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또 다른 신화, 브루스 캠벨을 알아보자.

1. 연극에서 영화로

브루스 캠벨은 1958년 6월22일 미국 미시간주 버밍엄에서 세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지역에서 연극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고 8살에 곤충 역할(벌써 곤충과의 인연이!)을 맡아 호연(?)을 보였고, 열네살에는 <왕과 나> 연극에서 왕자 역을 맡아 노래 솜씨를 선보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무대 위 연기보다 영화쪽에 큰 관심을 갖고 되었고, 동네 친구들과 함께 슈퍼8mm 등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 된 브루스 캠벨은 평생을 같이할 괴짜 친구 한명을 드디어 만난다.

브루스 캠벨(오른쪽)과 샘 레이미

2. 평생지기 샘 레이미

브루스 캠벨과 샘 레이미가 만난 것은 1975년, 고등학교에서 드라마스쿨 수업을 들으면서다. 그렇게 만난 그들은 함께 50편이 넘는 슈퍼8mm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1979년에 함께 만든 단편 슈퍼8mm <숲속에서>(With in the Woods)를 선보여 투자자를 끌어모은 다음 저예산영화이자 호러무비계의 컬트로 군림한 <이블데드>를 내놓는다. 대학 시절 또 한명의 친구 로버트 태퍼트와 함께 만든 제작집단 ‘르네상스 픽처스’가 모태가 됐다. 초창기에 그는 <이블데드> 시리즈 외에도 <크라임 웨이브> <다크맨> 같은 샘 레이미의 영화에 나왔다. 지금 브루스 캠벨은 B무비의 신화가 됐고 샘 레이미는 블록버스터 감독이 됐지만 그들의 우정은 변함이 없다. “샘은 내게 그냥 오랫동안 그저 샘 레이미일 뿐이다. 변한 건 없다”고 주변의 이간질을 일축한다. “이 영화에 꼭 좀 나와줘야겠어. 왜냐하면 이건 <스파이더 맨>이니까 말이야.” 브루스 캠벨의 <스파이더 맨> 카메오 출연도 친구 ‘샘’의 그런 간단한 부탁에 응하면서 시작된 거라고.

3. <이블데드> 시리즈와 ‘애쉬’

B급영화의 제왕 혹은 호러영화의 아이콘 등으로 브루스 캠벨이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블데드> 시리즈다. <이블데드>에서 브루스 캠벨의 극중 이름은 ‘애쉬 윌리엄스’. 이미 몇편의 단편영화에서 연기 경험을 거쳤던 그는 1981년 <이블데드>로 전격 장편영화의 배우로 등장했고, 지금까지도 샘 레이미의 B무비 시절 히어로로 기억되고 있다. 우연히 산장에 놀러가게 된 친구들이 악령에 씌어 모두 좀비가 되자 그들과 싸우는 좀비 전사가 될 처지가 된 애쉬. 그들과 싸워 살아난 애쉬는 87년작인 2편에서 다시 애인과 산에 놀러갔다가 같은 상황을 맞이한다. 92년 <이블데드3: 암흑의 군단>은 중세시대로 들어간 애쉬의 호러와 코미디 모험담이다. <이블데드> 시리즈 이외에도 브루스 캠벨은 <왁스웍2> <매니악 캅> <부바 호 텝> 등 B급영화로 주요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브루스 캠벨은 말한다. “B무비야말로 새로운 아이디어들의 온상이 아닌가”라고. 브루스 캠벨은 <이블데드> 시리즈를 잊지 않았고, 2008년 완성을 계획으로 지금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다.

4. 카메오 열전

샘 레이미와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추종자들은 언제 브루스 캠벨이 등장하게 될 것인지 기대할 것이다. 피터가 메리 제인에게 청혼하기 위해 예약한 프랑스 레스토랑의 유쾌한 지배인이 바로 브루스 캠벨이다. ‘파커’를 ‘페커’로 발음하면서 프랑스식 영어의 진수를 보여준다. 브루스 캠벨의 기억에 의하면 샘 레이미와 그는 고등학생 때 프랑스어 수업 선생님이 들려준 “프랑스어 악센트를 즐겼다”고 하는데, 그런 기억이 되살아난 것인지도. 어쨌거나 <스파이더 맨>에서 그의 등장은 피터에게 항상 중요한 순간이다. 1편에서 스파이더 맨이라고 피터를 공식적으로 불러준 사람도 바로 레슬링장의 아나운서로 나온 브루스 캠벨이 아니었던가. 그러면 2편에서는? 메리 제인의 공연을 보러간 피터를 시간에 늦었다며 들여보내지 않으려는 짓궂은 극장 직원이 그다. <스파이더 맨> 이외에 샘 레이미의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그의 카메오 연기는 <다크맨>의 마지막 장면이다. 리암 니슨이 얼굴을 바꾸고 새롭게 나타날 때 바로 그 역을 브루스 캠벨이 한다.

<스파이더 맨>
<스파이더 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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