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복 전 CJ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대학교수로 변신했다. 지난 3월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문화경영트랙 주임교수로 부임한 그는 “오히려 내가 더 많이 공부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시작한 제2의 인생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때마침 그를 찾아간 날은 5월15일 스승의 날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화분을 바라보던 그는 “아직은 첫 학기라서 모르는 게 많지만,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떤 분야를 가르치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비즈니스를 가르친다. 문화계 전반적인 구조가 점점 확장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크리에이티브만 강조하는 건 더 큰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또 요즘에는 대기업들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진출하는데, 단지 경영적인 마인드만 가지고는 사업을 꾸리기가 힘들 것이다. 내가 맡은 부분은 그런 양쪽 부분에 대한 이해가 융합된 리더를 기르는 것이다.
-어떻게 제의받은 건가.
=제의받은 건 올해 1월이었다. 학교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경영만 전공하신 분들이라 동국대 영상대학원장인 차승재 대표한테 자문했더니 나를 추천했다더라. 다소 고민은 했지만 제2의 인생을 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고, 지금과는 또 다른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 같아서 하기로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만만치는 않을 텐데.
=원래 사범대 영문과를 나와서 1년 정도 교직에도 있어봤는데, 그걸 경험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고. 가장 힘든 건 학생들에게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 그게 또 쉬운 건 아니지 않나. 하루 일과 대부분을 강의준비하는 데 보내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대표 시절, 영화계에서는 영화인다운 CEO로 불렸다. 대표를 사임한 뒤 직접 영화제작을 할 생각은 없었나.
=그렇게 불린 건 흥행 안 되는 영화에 많이 투자해서 그럴 거다. (웃음) 그때는 사업 초기단계였기 때문에 멋모르고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했던 것 같다. 원래 영화에 한번 발을 담그면 떠나기 어렵다고 하는데, CJ엔터테인먼트의 첫 대표라 다른 회사에 간다는 건 마땅찮았다. 또 영화가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직접 핸들링하는 것 보다는 옆에서 도와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대학교수를 하게 됐다고 하니까 주변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
=오히려 가족들은 좋아하더라. 기업에 있으면 스트레스도 많고 변화도 심한데, 아무래도 학교는 안정적이지 않나. 나로서는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걱정했는데, 이쪽도 나름대로 노력해야 하는 곳이더라. 그래도 나중에 영양가없는 교수로 찍히면 미련없이 나가야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