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이라크 전장으로 뛰어들다. 이라크전을 소재로 하는 영화 제작이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제작 중이거나 준비 단계에 있는 영화는 <배틀 포 하디타>(Batttle for Haditha), <노 트루 글로리: 팔루자 전쟁>(No True Glory: The Battle for Fallujah), <스톱 로스>(Stop Loss), <스위트 릴리프>(Sweet Relief) 등 4편. <LA타임스>는 5월13일자 보도를 통해 할리우드가 이라크전이 미처 종식되기도 전에 이미 전쟁을 기록하고 비평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과거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다른 전쟁영화들과 비교해보아도 이례적인 흐름이라고 전했다.
4편의 영화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는 해리슨 포드 주연의 <노 트루 글로리: 팔루자 전쟁>. 전직 해군 출신 빙 웨스트의 논픽션을 스크린에 옮기는 영화는 2004년 이라크 저항세력의 본거지였던 팔루자에 진입한 미군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으로, 해리슨 포드가 부대를 이끄는 해병대 사령관으로 등장한다. <에린 브로코비치>의 공동제작자 마이클 샘버그와 스테이시 셰어가 제작을 맡았고, 비교적 관습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웅담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편의 작품들은 이라크전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을 담는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킴벌리 피어스 감독이 연출하고 라이언 필립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톱 로스>는 본국에 송환되기를 거부하는 이라크 참전 군인의 이야기이고,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스위트 릴리프>는 2005년 바그다드 공항 근처에서 폭탄 테러로 숨진 미국의 인권운동가 말라 루지카의 실화를 영화화하는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 닉 블룸필드가 연출하는 <배틀 포 하디타>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양민학살 사건을 다루는 작품으로, 실제 이라크에 파병됐던 미군과 이라크 난민들을 배우로 기용해 화제가 됐다.
이라크전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다수 제작되었으나, 극영화 중 지금까지 이라크전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는 전쟁 그 자체가 아닌 차후의 후유증에 대한 작품이 전부였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봉한 새뮤얼 잭슨 주연의 <홈 오브 더 브레이브>(Home of the Brave)는 이라크에서 복무한 퇴역 군인이 고향에 돌아와 겪는 정신적인 혼란을 그리는 작품이었고, 선댄스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존 쿠색 주연의 <그레이스 이즈 곤>(Grace Is Gone)은 이라크에서 아내를 잃은 뒤 괴로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LA타임스>는 할리우드가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영화화하기 시작한 최근 경향은 과거 베트남 전쟁 당시와 비교해 대중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으며, 이라크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