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녹색괴물이 돌아왔다! <슈렉3> 언론 공개
2007-05-29
글 : 박혜명

일시 5월 28일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겁나먼 왕국’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슈렉과 피오나 부부. 두 사람은 이제 늪으로 돌아가 소박한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런데 피오나의 아버지 해롤드 왕이 세상을 떠나면서 슈렉은 왕위를 물려받을 상황에 놓인다. 설상가상으로 피오나가 그에게 아이를 낳아 가족을 만들자고 한다. 슈렉은 아버지가 되는 것의 공포를 느끼면서, 또다른 후계자 아더 왕자를 찾으러 떠난다. 한편 ‘겁나먼 왕국’의 왕이 되는 데 실패한 프린스 차밍은 왕국에서 버림받고 비참하게 사는 악당 인물들을 규합해 ‘겁나먼 왕국’의 왕위를 무력으로 얻고자 한다.

100자평

미녀 공주와 미남 왕자의 해피 엔딩 스토리를 신선하게 패러디한 설정으로 흥행·비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슈렉>의 세번째 시리즈물. 이 시리즈의 ‘비딱하게 보기’ 시선에서 이제 더 이상은 전복과 역설의 쾌감을 찾을 수 없다. 인물들의 외모만 전통을 탈피했을 뿐, 선한 승자와 악한 패자의 구도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행복을 강조하는 주제에서 <슈렉3>는 오히려 자신이 패러디하려고 했던 전통적인 이야기 세계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한다. 제도와 관습을 중시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덜 자란 어른 슈렉이 왜 왕과 아버지 되는 역할을 거부하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답은 없다. 정신 사나운 유머만 남발하다가 막판에는 낡고 낡은 연설로 동화 속 악당들을 교화시킨다. 결말에 이르러 부귀영화를 버리고 숲 구석의 늪으로 돌아와 애들이나 키우며 평범한 부모의 삶을 살게 된 못난 괴물 슈렉 부부. 가진 것 없는 서민 가족 공동체의 일상을 최대 미화한 이 엔딩 시퀀스를 보고 있으면 <슈렉3>의 주제는 정치적으로 불순해보이기까지 한다.
박혜명/ <씨네21> 기자

우선 <슈렉3>의 패러디는 재미가 없다. 비단 유머 감각의 부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전편이 동화와 할리우드를 비틀며 폭소를 자아낸 반면 <슈렉3>는 풍자를 통해 뭘 비꼬려는건지 명확치 않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따온 몇몇 장면도 원작을 비트는 풍자적 시선을 결여한 단순 화면 복제에 불과하다. (게다가 뭘 패러디한 건지 알아보지도 쉽지 않다.) 슈렉이 왕과 아버지라는 두 가지 책임에 짓눌린다는 설정은 ‘고뇌에 찬 히어로’라는 블록버스터의 유행에 편승한 듯 하다. 하지만 냉소적인 아웃사이더로서의 슈렉의 정체성이 ‘왕’과 ‘아버지’라는 두 가지 코드와 충돌할 때 생길 법한 재미를 <슈렉3>는 포착하지 못한다. 날카로운 풍자의 묘가 사라진 빈자리엔 단발적인 개그와 나른한 교훈이 남았다. <슈렉3>의 신 캐릭터인 아더가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클래이맥스 대목은 가장 <슈렉> 시리즈답지 않은 김 새는 장면으로 꼽힐 법하다. 결국 “돈내고 구린 작품 보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없다니까”라는 슈렉의 대사만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민경/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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