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극장가를 융단폭격한 할리우드의 두 스튜디오가 1등 산출 방식을 두고 신경전에 돌입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이하 <캐리비안3>)의 1주차 성적이 나온 이번 주, “영화 역사상 최고의 (전세계) 개봉 성적”이란 월트디즈니사의 발표에 <스파이더맨 3>의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디즈니의 발표에 따르면 <캐리비안3>가 개봉 첫주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4억100만달러. 이는 3주 앞서 개봉한 <스파이더맨 3>가 첫주 세운 역대 기록인 3억8200만달러를 깨뜨린 것이다. 전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의 개봉성적(미국 기준)을 갈아치우며 왕관을 썼던 <스파이더맨 3>는 축포를 울리자마자 김이 샌 셈이다.
문제는 전세계 와이드 릴리즈가 특징인 이번 시즌엔 개봉 첫주 성적을 정확히 산출하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싸움은 발끈한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이를 지적한 보도자료를 주요 언론사에 보내면서 시작됐다. 통상 오프닝 성적은 개봉 뒤 6일의 성적으로 내는데, 디즈니가 정식 개봉일보다 하루 앞서 개봉한 프랑스, 이탈리아의 수입을 이에 포함시켜 사실상 7일간의 수입으로 1위를 탈환했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스파이더맨 3>도 7일치 성적으로 계산(4억1800만달러)하면 <캐리비안3>를 가볍게 누를 수 있다고. 이에 대해 디즈니는 프랑스, 이탈리아서 거둔 사전개봉 수입은 140만달러에 불과하며, “업계의 관행에 따라” 이를 첫주 성적에 포함했다고 맞받아쳤다. 현지 언론이 ‘소니-디즈니의 6일 전쟁’이라 명명한 이 노골적인 1위 다툼은 할리우드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한편 소니의 홍보부장 스티브 엘저는 “전세계 동시개봉이 늘어날 앞으로의 추세를 감안할 때, 세계 박스오피스 기록을 측정하는 일관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전세계를 싹쓸이하는 블록버스터들의 ‘쫀쫀한’ 일등놀이는 당분간 반복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