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거침없는 한국영화의 미래
2007-06-14
글 : 문석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수상한 <만남>의 홍성훈 감독

“기뻤다. 하지만 솔직히 내 이름이 좀더 늦게 불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제60회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공동 3등상을 수상한 홍성훈 감독은 더 높은 상에 대한 소망이 있었음을 솔직히 밝힌다. 학생영화나 졸업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의 1등상은 상금도 1800만원가량 될 뿐더러, 그 감독의 첫 장편영화는 무조건 칸에 초청받게 돼 누구라도 욕심을 내볼 만한 상이다. 그러나 홍성훈 감독의 <만남>은 이 부문에 출품된 1200여편 중 초청작 16편 안에 든 것이고, 그 안에서 네 손가락 안에 꼽힌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만남>은 실험정신이 엿보이는 20분짜리 단편영화다. 대사와 상황 설명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간결하게 전개되는 <만남>의 이야기는 쉽사리 붙잡히지 않는다. 60년대나 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에서 모녀가 선글라스 낀 사내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이들은 한가운데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벌판에 다다르고, 얼마 뒤 다른 편에서 자동차가 나타나더니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내린다. 가족은 상봉하고, 얼마 뒤 뜨거운 포옹을 하지만 이내 헤어지고 만다.

남북의 이야기를 다루려는 듯하지만, 모호한 구석이 많은 이 영화에 대해 홍성훈 감독은 “다른 이야기로 봐도 상관없지만, 1978년생인 내가 알고 느끼는 만큼 남북 이야기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는 가족의 포옹신을 굉장히 먼 거리에서 익스트림 롱숏으로 촬영한 것 또한 “이산가족과 남북문제에 관해 내가 아는 선이 그 정도의 거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힌다. 그가 희한하게 여겼던 건 한국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조차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칸에서 동료 감독들은 “이거 너희 나라의 분단문제를 다룬 것 아니냐”고 알아봤다는 점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홍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벤허> 같은 영화를 찍고 싶다”는 소망으로 영화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한 그는 2년 동안 공부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갈증을 느꼈고 영화아카데미에 22기로 들어가 2년 동안 가혹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이기도 한 <만남>은 이야기를 최대한 숨기면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의 의도에서 출발했다. “졸업영화 평가 때 ‘아무것도 섞지 않은 참크래커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는데, 심사해주신 오승욱 감독님은 ‘미안한 얘기지만 이건 불량식품 같아요’라고 말해서 그때부터 내 별명이 ‘불량식품’이 됐다. (웃음)”

아직 자신을 발견하는 시기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동적인 분위기에 명확한 서사를 담는, <만남>과 정반대 분위기의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물론 그의 가장 당면한 과제는 칸에서 받은 상장을 액자에 넣어 부산의 부모님께 선물해드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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