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전문가 100자평] <검은집>
2007-06-18

뼈가 시릴 정도로 무서운 기시 유스케의 원작 소설과 달리 영화는 너무나 밋밋하다. 신태라 감독의 <검은 집>은 수준 높은 심리 공포의 극한을 추구한 소설을 비교적 충실하게 영화로 옮겨왔지만, 그 정수까지는 취하질 못했다. 결정적 순간에서 몰아치질 못하고 자주 끊어지는 호흡은 애써 구축한 긴장감마저 단숨에 날려 버린다. 충무로 공포 영화의 고질적 문제들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는 <검은 집>은, 특히 음향 효과 사용이 나쁘다. 심리 공포 영화에서 개념없이 소음에 가까운 굉음을 반복하면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또한 가장 긴장되고 무서워야할 클라이막스가 오히려 코미디같은 상황으로 실소를 자아낸다.
김종철/익스트림무비 편집장(http://extmovie.com)

싸이코패스에 관한 영화이고 황정민이 주연을 했다면, 뭔가 근사한 악한을 보게 될 것 같은 기대에 부푼다.
그러나 헛물이다. 황정민은 싸이코패스의 '문자 그대로의 반대', 즉 '나, 휴머니스트'임을 지루할 정도로 강조하는 어리버리 보험사정관이고, 그 멋진 표정연기 한번 보여주지 못한다. 반면 악한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싸이코패스라는 멋진 수식이 붙기에 턱없을 정도로 안쓰럽고 가련하다. "왜 먹고살려는 걸 방해해?"라는 대사만큼이나 3천만원이니, 3억원이니 하는 보험금을 노린 범죄라는 것이 '혹시 생계형?'이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맹점은 싸이코패스라는 거창한 이름과 약간의 반전을 활용하였으면서도, 왜 A가 아니라 B가 싸이코패스인지, A와 B는 무슨 관계인지, B는 진짜 어떤 사람인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영화 속 싸이코패스라는 개념은 공허하며, 악한에 대해 '그저 알수 없는 존재' 라는 불가지론의 딱지로 기능할 뿐이다.
거기에 누누히 강조하는 '싸이코패스 대 인간'이라는 선악이분법은 너무 단순하고, 뒷부분의 군더더기는 몹시 짜증스럽다.
그래도 무섭지 않냐고? 소위 무서운 장면들은 공포라기 보다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말초적인 끔찍함만을 지녔다.
그나마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빅 화이트>같은 영화들이 미화시킨 보험사기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라면 <하면된다>나 한번 더 보는게 낫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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