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날아간 뻥튀기>는 방은진 감독의 말마따나 “완전 블록버스터”다. 단편영화 촬영을 위해 CG팀과 스턴트팀을 부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의 졸업작품이 될 이 영화는 ‘노느니 단편이라도 찍어볼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지만 그 품새만큼은 녹록지 않았다. 6월3일 경기도 광주 도마삼거리. 이날 촬영에서 가장 강력한 적은 자동차의 행렬에서 쏟아지는 짐짓 무심한 시선과 정신을 쏙 빼놓는 소음, 그리고 찜통 더위였다. 대다수 스탭이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목에 수건을 두른 것은 이틀간의 강행군에서 얻은 교훈이리라. 방은진 감독도 “열기로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나조차 뭘 했는지 모를 정도(웃음)”라며 농담을 건넸다.
길가에서 뻥튀기를 파는 여인을 그리는 이 단편은 방은진 감독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본 풍경에서 비롯했다. “제주도 중앙시장에 간 적이 있다. 여자가 물건을 파는 동안 아기가 리어카의 망태기 같은 데서 놀고 있었다. 목숨을 연명하는 행위가 너무나 순수한 것이 아닌가 느끼게 했다.” 시나리오는 5년 전에 썼지만 차량신 등 어려움이 많은 작품이 될 것이 뻔해 완성은 차후로 미뤘다. 카메라 2대로 촬영하는 지금 상황을 보면 오히려 득이 될 만한 선택이었다. “뭐, 다 빚이다. 사실 액션을 찍고 싶었다. 차사고를 아주 리얼하게 찍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주인공 행자(김주령)가 도로로 달려가기 전후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선 드라마는 물론 액션의 느낌도 강하게 묻어날 듯했다. 도로변에 엑스트라와 스턴트맨들이 모인 것도 모두 이 장면을 위해서였다.
촬영을 준비하는 사이 감독의 친절하지만 매운 지시가 떨어졌다. “이건 어떻게 하라고 할 수가 없어. 본능으로 해야지. 남편의 상황은 그래도, 아이만은 그렇게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았을까.” 극에 몰입한 탓일까. 김주령의 눈에 금세 눈물이 맺혔다. 이어 한껏 고양된 배우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금방 슛 사인이 떨어졌고 또 금방 오케이 사인이 들려왔다. 흩날리는 뻥튀기 가루 사이로 희망을 가늠하는 <날아간 뻥튀기>는 6월6일 5회차로 촬영을 마쳤다.
주인공 행자 역의 김주령
“<극락도 살인사건>의 처녀귀신이 바로 접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행자 역을 맡은 배우는 김주령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충격적인 캐릭터는 <극락도 살인사건>의 처녀귀신. “무서웠다”고 평했더니 “겁을 주려는 컨셉은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극락도 살인사건>에서 안 해본 것이 없어요. 다섯 시간 동안 특수분장도 했고 와이어 액션에, 불신까지. 정말 물속신만 빼고 다 했어요.”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읽었을 때 “가슴 찡한 슬픈 동화” 같았다는 그는 “일상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사건이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도로 위에서 찍는 것도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주령에게 방은진 감독은 “배우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람”이다. 물론 여기에는 방은진 감독이 배우 출신이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쪽이세요. 디렉션이 구체적이고 명확하되 배우를 자유롭게 해주시죠.” 그의 출연작 중 가장 최근 개봉한 영화는 이성강 감독의 <살결>이다. 최지용 PD의 소개로 <청춘>으로 데뷔했고 <살결> <극락도 살인사건> <날아간 뻥튀기>에까지 출연했다. <날아간 뻥튀기> 이후에는 연극 무대로 자리를 옮길 예정.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가 차기작이다. “꼭 보러 오세요”라고 말하는 그의 뽀얀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