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스크린을 강타하는 오색 폭풍
2007-06-21
글 : 정재혁
이누도 잇신의 신작 <황색눈물> 주연 맡은 댄스그룹 아라시(嵐)

“자니스는 일본 남자배우계의 보물창고다.” 일본의 영화감독 이누도 잇신의 표현처럼 일본의 대표적인 남자 아이돌 연예소속사 자니스사무소는 일본 남자배우계의 끊임없는 물줄기다. 팀 결성과 CD 데뷔 이전의 연습생이 활동하는 자니스주니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짝짓기로 여러 형태의 조합을 구성하는 스타 양성 과정은 자체가 하나의 탄탄한 시스템. 노래와 댄스가 주요 활동 분야지만 드라마와 영화, 연극까지 해내며 아이돌답지 않은 면모를 보여주는 아이돌도 꽤 많다. 1999년 결성돼 올해로 데뷔 9년째를 맞은 댄스그룹 아라시(嵐)도 아이돌의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는 그룹. 2001년 11월부터는 자니스사무소에서 설립한 아라시의 개별 레이블 제이스톰 아래서 그들만의 노선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황색눈물>은 <피칸☆치 LIFE IS HARD 하지만 HAPPY> <피칸☆☆치 LIFE IS HARD 그래서 HAPPY>에 이어 아라시의 멤버 다섯명이 모두 함께 출연한 세 번째 영화. 제작은 이전의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제이스톰이다. 1963년의 도쿄를 살아가는 다섯 청춘의 이야기인 이 영화는 그래서 이누도 잇신의 영화라기보다 아라시의 영화에 더 가깝다. 이누도 감독은 나가사와 마사미의 풋풋함에 취해 연출을 다짐했던 <터치>에서처럼, 이번에는 아라시 다섯명의 젊음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했다. 중학생 시절 보았던 TV드라마 <황색눈물>에 대한 이누도 감독의 꿈이 아라시의 다섯 색깔로 채색되어 표현된다. 실제로도 사이가 매우 좋아 멤버끼리 서로 기념일을 챙겨주는 ‘아라시의 분위기’는 영화에 그대로 묻어난다. 에이스케를 연기한 니노미야 가즈나리는 “아라시 멤버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한방에서 같이 지냈다면 컬쳐 쇼크를 받았을 거”라고. 그들의 우정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세계에 폭풍(嵐)을 일으키다’는 뜻을 갖고 태어난 그룹 아라시. 아이돌의 전형적인 이미지의 빈틈으로 내비치는 새롭고 신선한 모습이 반갑다. 일본의 최고 아이돌 그룹이자 이제는 어엿한 배우. 니노미야 가즈나리, 마쓰모토 준, 사쿠라이 쇼, 아이바 마사키, 오노 사토시. 그 다섯 청춘을 소개한다.

팔딱거리는 언더그라운드

에이스케 역의 니노미야 가즈나리

“현재 일본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배우다.” TV드라마 <한도쿠>에서 니노미야 가즈나리와 함께 작업한 영화감독 쓰쓰미 유키히코가 남긴 말이다. 아이돌 스타를 배우로서 가장 신뢰한다니. 조금은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니노미야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임이 분명하다. 2006년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 출연해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했으며, 그 영화의 프랑스 개봉일에 맞춰 발행된 프랑스의 영화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선 그의 얼굴이 담긴 영화 스틸이 표지를 장식했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아이돌 스타라니. 니노미야의 현재 위치는 이 위화감만큼 예측 불가하고, 그 신선함만큼 긍정적이다.

1996년 중학교 2학년 때 자니스사무소에 들어온 니노미야 가즈나리는 아라시가 결성되기 이전부터 TV드라마, 영화 등에 많이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몸집이 작고, 호리호리한 몸매라 ‘쇼와시대의 냄새’가 느껴지는 그는 전통적인 일본 사람의 이미지다.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여 주로 고등학생, 그것도 17살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지만(그래서 그는 ‘영원한 17살’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외모는 왠지 모를 애수를 전하기도 한다. 조금은 굽은 듯 보이는 어깨와 반달형 눈매는 서늘한 상처를 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니노미야의 첫 영화 주연작인 <푸른 불꽃>을 연출한 니나가와 유키오는 그에게 “등에 애수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푸른 불꽃>의 의부를 살해하는 역할이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사이고. 흔들리는 인물들의 감정 사이에서 니노미야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또 한번의 쇼와. <황색눈물>의 에이스케는 그래서 딱 니노미야였다. 아동만화가를 꿈꾸지만 팔리는 만화만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책상 앞에 정좌하고 파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펜을 움직이는 청년은 니노미야여야 했다. 뒤에서 보이는 겹친 그의 발바닥은 에이스케란 인물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감독님이 지시한 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웃음) <삼가 아룁니다, 아버님>(TV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이상하게 나는 정좌하는 장면이 많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어떤 배우는 목욕하고 몸을 깨끗이 한 다음,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대본을 읽는다고 하더라. 에이스케가 책상 앞에 앉는 것도 만화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거다.” 다들 그를 쇼와시대와 연결하려 하지만 본인은 정작 에이스케를, <황색눈물>을 현실의 이야기라 받아들였다. “현실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 그게 내겐 제1조건이었다. 지금은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그때는 매우 큰 행복으로 다가갔다. 무엇이 정말 즐거운지를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산다는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아웃도어보다는 “인도어(Indoor)”, 오버그라운드보다는 “언더그라운드”. 니노미야는 자신의 취향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언더그라운드’라고 설명한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순진한 병사 사이고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는 니노미야의 색채가 더 진하게 묻어난 인물이다. “사람들은 사이고 같은 병사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체질이 언더그라운드랄까. 그냥 그렇게 되더라. 감독님이 자세한 건 지시하지 않으셨으니까 (웃음) 하지만 어차피 전쟁은 정상이 아니지 않나.” 평소엔 게임기를 달고 다닐 정도로 아이답지만, 연기에 대해선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니노미야 가즈나리. 역시 언더에 앉아 있는 아이돌 스타의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화통, 유쾌한 형아

쇼이치 역의 아이바 마사키

‘쇼와시대에 저런 스타일리스트라니!’ <황색눈물>에 아이바 마사키가 나온다고 했을 때 아라시의 팬들은 아이바의 몸매를 떠올렸다. 176cm에 60kg, 마쓰모토 준과 함께 멤버 중 가장 키가 큰 그는 패션 감각도 좋아 역시 마쓰모토와 함께 ‘모델 콤비’로 불린다. 선글라스와 페도라, 꽃무늬가 들어간 셔츠는 그가 쇼와시대로 돌아가기 위한 기본 옵션. 대책없어 보이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은 어디에도 버리지 못하는 쇼이치는 아이바 마사키의 옷을 입고 나서야 쇼와시대의 도쿄로 상경할 수 있었다.

노란 염색 머리와 붉은 입술. 1996년 중학교 2학년 때 자니스사무소에 들어온 아이바 마사키는 멤버 중 이미지가 가장 컬러풀하다. 화려해서 거리감을 갖게 하는 요란한 스타와 달리 친밀감이 느껴지는 색채들. TV 오락 프로그램 <아이 러브 SMAP>를 보고 “SMAP와 농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예계 데뷔를 결정한 만큼 농구 코트의 활기와 오락 프로그램의 유쾌함도 함께 묻어난다. 호랑이어를 마스터할 정도로 동물과 친하고, 기쁠 때에는 “텐션이 무한대로 올라갈” 정도로 화통하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천재! 시무라동물원>에도 정기적으로 출연해 아이들에겐 ‘이웃집 형’의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그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

1998년 아라시 결성 이전부터 <신주쿠 소년 탐정단>의 주연을 맡으며 영화를 시작한 아이바는 연극 <제비가 있는 역>, 드라마 <우리들의 용기 미만 도시>에 출연하며 연기를 닦았다. 웃기도 잘 웃지만, 울기도 잘해서 <24시간 텔레비전>의 마지막 방송과 <제비가 있는 역>의 첫 커튼콜 때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기쁨과 슬픔, 감정 표현도 솔직한 그에게 연기란 “다음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 그래서 아마도 그는 <황색눈물>의 쇼이치를, <피칸치…> 시리즈의 슌을 사랑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쇼이치는 원래 더 바보 같은 인물이었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장면마다 조금씩 바꿨지만. 슌도 갑자기 대학에 가겠다고 하는데 그 동기는 정말 어처구니없다. (웃음) 시시한 인물이지. 하지만 중요한 건 나름대로 열심히,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거다.”

아이바는 지금 하나의 사이클을 그리고 있다. 영화와 콘서트, 쇼 버라이어티를 돌며 자신의 꿈을 “킵(keep)하고” 있다. “긴 시간을 들여, 그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게 매력”인 영화를 하면서는 여유를 느꼈다고 했다. “내 꿈은 하나, 하나씩 일을 제대로 하는 것.” 패션 리더인 아이바가 쇼와시대에서 배운 교훈도 아마 여유가 아닐었을까. 한 바퀴를 돌아온 질문에 아이바 자신의 답변을 붙여본다. “(어떤 일에 대한) 자세와 노력은 모두 다 내게 다시 돌아온다.”

보기만 해도 즐거운 멜로디

유지 역의 마쓰모토 준

아이바 마사키 못지않게 쌀집 청년(<황색눈물>)으로 분하는 마쓰모토 준의 모습도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커다란 눈과 진한 눈썹, 순정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느낌의 캐릭터는 화려하고 눈부셨으니까. <고쿠센> <꽃보다 남자> <너는 펫> 등, 실제로 그가 출연한 작품도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경우가 많다. 반항하는 학생들의 리더이자 교사를 사랑하는 사와다, 학교의 4대 천왕처럼 군림하는 도묘지, 연상의 커리어우먼 품에 안겨 강아지가 된 다케시. 그는 그냥 스타였다. 아라시 멤버 중 유일하게 오디션을 보지 않고 자니스사무소에 들어온 사람 역시 그다(자니즈사무소쪽은 마쓰모토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바로 입소를 확정했다). 확실한 스타성이랄까. 그는 일본 남자로는 최초로 패션지 <마리클레르>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스타라는 표현은 많은 사실을 숨기고 있다. 마쓰모토 준도, 그의 침묵은 종종 팡파르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평소 나는 조용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가 활동적이라고 하더라. (웃음) 나라는 인간의 다른 부분을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 이제는 항상 내 안의 모습이 겉으론 어떻게 보일지 생각한다.” 마쓰모토에게 <황색눈물>의 유지는 침묵으로 침묵을 깨는 도전이었다. 원작 TV드라마에는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 유지는 꿈만 쫓는 4명의 청춘들과 달리 열심히 노동하는 청년이다. “당시 대다수 젊은이들은 일본이란 나라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지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다. 다른 네명의 청년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인물이랄까.” 그래서 그는 “리얼리티”를 고민했다. 배우의 편의를 위해 준비된 가벼운 쌀가마를 사양하고 10kg의 쌀부대를 직접 날랐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의 발동작이 거짓없어 보이기 위해.

콘서트 구성과 연출에도 관심이 많은 마쓰모토는 아라시가 결성되기 이전부터 콘서트 구성에 참여했다. 1998년 자니스주니어의 콘서트가 첫 작품. 원래 멤버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콘서트를 구성하는 자니스의 시스템이지만, 마쓰모토는 의견을 내는 데 더 적극적이다. 일명 ‘자니스무빙스테이지’라 불리는 객석 위를 이동하는 투명한 무대는 2005년 여름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마쓰모토가 제시한 아이디어다. 화려한 미적 감각으로 재밌게 즐긴달까. ‘enjoy’란 말을 가장 좋아하는 그는 세심하고, 능숙하게 일에 임한다. “프로의식이 강하다”는 게 주변 스탭들의 평.

올해 마쓰모토는 ‘스타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2 리턴스>와 영화 <나는 누이를 사랑한다>에 출연했고 동시에 노동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드라마 <밤비노!>와 영화 <황색눈물>에 출연했다. ‘살림을 재건할 수 있을지’ 망설이는 네명의 동료들에게 외쳤던 “가능하다”는 말은 “좋아, 힘내볼까”라고 다짐하는 밤비의 모습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서투르지만 힘찬 동력. 2007년 한해에 벌써 네 작품이나 마친 열정은 밤비의 것일까, 스타의 것일까. 그는 지금을 “현재까지 느낀 것을 표현하는 시기”라고 표현한다. “전부 발산해서 빈 공간이 되는 것도 한번쯤 해보는 게 중요하다”며.

부드러운 것이 좋아

류조 역의 사쿠라이 쇼

‘선생님으로 삼고 싶은 아이돌’, ‘인텔리처럼 보이는 아이돌’. 잡지 <duet>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쿠라이 쇼는 항상 똑똑하고, 지적인 아이돌 스타로 뽑힌다. 게이오대학을 쉬는 기간 없이 4년 만에 졸업한 그는 최근 늘어나는 ‘대학생 아이돌’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 1999년 히로스에 료코가 와세다대학에 입학해 화제가 됐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대학생 신분이다. 메이지대학의 야마시타 도모히사, 와세다대학의 데고시 유야 등. 1995년 중학교 2학년 무렵에 자니스사무소에 들어가 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시험기간에는 하던 일을 잠시 쉬었다. “시험범위 중 못 본 부분이 있으면 불안해서 벼락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부에 대한 사쿠라이의 생각. 2006년 10월부터는 보도 프로그램 <뉴스 제로> 캐스터를 맡아 환경문제, 북한문제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황색눈물>의 류조는 유쾌하다. 속이 텅 빈 듯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다 예술가”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쾌활하게 울린다. 소설의 표지만 그리면서도 소설가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그래서 밉지 않다. “류조만 조금 다른 공기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었다. 꿈을 향한 절실함보다는 그냥 작가에 대한 동경.” 그래서 그는 이전과는 다른 연기 톤을 찾기에 힘썼다. 다른 멤버들은 모두 ‘그냥 간사이 사투리’라고 말했던 단어를 그는 ‘교토 사투리’라 판단했고, 그걸 류조의 캐릭터로 사용했다. “교토에는 일본의 수도가 도쿄가 아니라 교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교토 사투리는 어린아이들에게도 경어를 쓴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류조라는 인간이 떠올랐다.” <황색눈물>의 류조는 세상을 모르고 사랑에 빠졌던 <허니와 클로버>의 다케모토, <키사라즈 캐츠아이> 시리즈의 밤비와 일면 비슷해 보인다. 시대에 눈을 감고 잠시 정지해 있는 듯한 느낌. 하지만 이번엔 순정만화 속 어수룩함이나 펑크 느낌의 씩씩함이 없다. 부시시한 머리카락과 자르지 않은 수염이 쾌활함의 이면을 보여준다. 이 배우, 어딘가에 또 다른 챕터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단서처럼.

건강하고, 동안의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사쿠라이는 ‘아라시의 엄마’이기도 하다. 누구든지 잘 보살피는 상냥한 성격 탓에 그렇게 불린다. 멤버인 니노미야 가즈나리, 아이바 마사키, 또 다른 자니스사무소의 댄스그룹 간자니 에잇의 요코야마 유타카와 함께 간 낚시여행에서도 그는 항상 뒷정리하는 모습만이 사진에 담겼다. 동료 친구들을 초대한 대규모의 크리스마스 파티도 기꺼이 성공시킨다. 공부, 연기와는 달리 사람을 좋아하고, 추억을 즐기는 모습.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무대에서도 줄곧 뮤지컬만 공연해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뷰티풀 게임> 등. 즐거운 음악 시간이랄까. 이런 선생님이라면, 청춘을 배워도 좋겠다.

빈틈을 그리는 재능

케이 역의 오노 사토시

빈틈. 그림을 그리다 여자에게 반하는 케이(<황색눈물>)의 얼굴엔 순간 백지로 변하는 표정이 있다. 친구의 엄마뻘 되는 여자와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하루(<피칸치…>)의 입술은 삐죽 나와 현실과 작은 마찰을 일으킨다. 음악 오락프로그램 <우타방>에 나와 선배인 SMAP의 나카이 마사히로에게 던지는 대담한 발언은 곧 돌아올 기습 공격에 어처구니없는 실소가 된다(이는 모두 대본상 짜인 상황이다). 일명 ‘하극상 콩트’라고 불리는 드라마. 아라시의 <우타방>에서 오노 사토시는 항상 실소의 공격자가 된다. 그가 가진 빈틈은 일견 코미디가 되어 웃음을 만들지만, 그는 사실 노래로, 그림으로 그 공간을 채우길 더 즐긴다.

그룹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인 오노 사토시는 팀 내에서 노래가 가장 뛰어나다. 춤도 능숙해 자니스주니어 시절부터 선배들한테 “신입 주니어들은 오노 뒤에서 춤춰”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춤과 노래를 단지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정해진 안무와 멜로디 안에서 빈틈을 찾아 자유롭게 즐기는 게 더 좋다고. <황색눈물>을 찍으면서도 그는 비교적 자유로운 연기를 했다. “다른 멤버들은 간사이 사투리나, 기타를 맹연습해야 했지만 나는 딱히 그럴 건 없었다. 감독님도 기본적인 것만 말해주시고 나머지는 스스로 만들어가도 좋다고 하셨고.”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영화에서 화가 지망생 케이를 연기한 그는 실제로도 그림을 그리는 청년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가 그린 <드래곤볼>의 그림을 보고 경쟁심에 시작한 그림이 지금은 꽤 능숙한 솜씨를 자랑한다. 영화에 보이는 그림도 절반은 그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엷게 그려진 그림을 받았다. 세트를 준비하는 시간에 기다리면서 할 게 없으니까 그 그림 위에 덧칠을 했다. 감독님은 리얼한 그림을 원치 않았는데, 점점 리얼하게 돼서 안 돼, 라고 했지만. (웃음)”

1994년 중학교 2학년 무렵, 엄마의 권유로 자니스사무소에 들어온 오노 사토시는 10년이 넘게 춤, 노래, 연기와 함께하며 말이 늘었고, 여유가 생겼고, 꿈이 커졌다. 데뷔 초기엔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수면 시간에 “연예계가 정말 이런 곳이라면 도망치고 싶다”고 말했지만, 2002년 10월엔 단독으로 라디오 프로그램 <아라시 디스커버리>를 시작했고, 2005년 8월엔 <Rain>이란 솔로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2년부터는 <아오키씨 집의 부인>으로 연극을 시작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대극 <센고쿠푸> 등에 출연하며 무대 경력도 쌓아가고 있다. <황색눈물>에 대한 소감은, “5명이 모여 영화촬영을 하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 쉽게 잡히지 않는 그의 코믹한 미소가 사실 매우 진지한 열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빈틈 안에 녹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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