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트랜스포머>의 상상력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2007-06-26
글 : 이다혜

피겨를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 머릿속으로 그리던 변신로봇의 상상이 실현된다.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슈렉3> <다이하드4.0> 같은 블록버스터 속편들 사이에서 이제 첫 이야기를 시작하는 <트랜스포머>는 SF로봇 액션 실사영화. 올여름 블록버스터 최고의 기대작이기도 하다. 첫 공개된 <트랜스포머>, 정말 예고편만큼 멋질까? 어떻게 그런 영상을 만들어냈을까?

<트랜스포머>의 로봇은 인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무개념의 물질이 아니다. 인공지능도 아니다. 어렸을 적, 그닥 튼튼해 보이지 않던 자동차-로봇 변신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면서 머릿속으로 했던 상상이 그대로 영화화된 이야기다. 그러니까, 인간의 개입없이 알아서 움직이고 악과 맞서 싸우는 로봇들의 이야기 말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일이 늘 있었다. 국회의사당이 로보트 태권V의 머리 부분이라는 상상은, 그런 어렸을 적 상상력에서 기인한 거니까. <트랜스포머>는 그런 상상을, 애니메이션 속 ‘가상’을 실사로 바꾸어냈다.

거대한 로봇의 머리 한가운데, 흔히 말하는 뇌 부분에 인간이 타고 있다거나 인간이 무선으로 조종하고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려라. <트랜스포머>의 로봇들은 그 누구의 손아귀에서도 조종당하지 않는다. 화성 착륙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미항공우주국의 탐사선을 통해 트랜스포머가 지구에 날아온다. 그들은 위협적인 공격으로 지구를 위기에 빠뜨리는데, 순식간에 헬리콥터가 되었다 로봇이 되었다 하는 이들 트랜스포머를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편 샘(샤이어 라버프)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거대 에너지원을 찾는 데 결정적 열쇠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밤 샘은 자신의 낡은 자동차가 거대한 로봇으로 변신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샘의 자동차는 바로 지구를 지키려는 오토봇 군단의 범블비로, 샘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트랜스포머인 것이다.

장난감에서 애니메이션으로

트랜스포머란 스스로 변신하는 기계 생명체로 인간에게 조종당하지 않으며,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어떤 행성에든 침입해 그 행성에 존재하는 기계로 자신을 변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샘을 찾아내 거대 에너지원을 손에 쥐어 지구를 지배하려는 악의 디셉티콘 군단과 지구를 지키려는 정의의 오토봇 군단은 격돌한다. 사이버트론 행성에 살며 끝나지 않을 전쟁을 벌여온 오토봇과 디셉티콘 군단은 고향 사이버트론의 에너지가 고갈되자 대안을 찾는다. 그 대안이 바로 지구가 된 것이다. 자동차, 헬기, 전투기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해 지구에 존재를 숨겨온 트랜스포머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지구의 운명을 좌우할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

<트랜스포머>의 원작은 1984년 일본 유명 완구업체인 다카라에서 만들어낸 어린이용 장난감이다. 자동차와 로봇을 하나로 합해 변신하는 장난감을 만든 다카라는 엄청난 인기를 끈다. 자동차와 로봇을 결합한 오토봇은 가장 먼저 탄생한 인기 품목이었고, 이후 제트기와 로봇의 합체인 디셉티콘도 만들었는데, 이 오토봇과 디셉티콘은 <트랜스포머> 세계에서 선과 악을 대변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모델을 바탕으로 TV애니메이션이 제작되어 3년간 방송되었다. <트랜스포머>의 모델은 완구에서 찾을 수 있고,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영화 <트랜스포머>는 이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최초의 대결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원작만화 중 트랜스포머가 탄생한 첫 시즌을 영화화해 선과 악을 대변하는 트랜스포머의 오토봇과 디셉티콘 군단의 대결을 그리는 것. 여기에 영화는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거대 에너지원을 찾는 데 결정적 열쇠를 지닌 주인공 샘을 끌어들인다. 애니메이션 원작과 달리 실사영화에서 이야기를 끌어갈 누군가, 로봇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인간 관객의 이야기나 심리를 대변할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로봇 캐릭터를 눈여겨볼 것

로봇들은 편을 갈라 싸우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가 중요하다. 어떤 기계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지를 눈여겨보는 게 <트랜스포머>의 재미 중 하나지만, 변신과정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영화에서 변신과정을 보며 즐기기는 쉽지 않다. 일단 수호자 오토봇 군단에는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이 있다. 오토봇 군단의 리더로 최강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지녔다.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넘버2 재즈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오른팔. 날렵하고 잘 빠진 스포츠카에서 로봇으로 변신한다. 가디언 범블비는 디셉티콘의 공격으로 목소리를 잃었지만 차내의 라디오 등을 통해 의사전달하는 센스가 있으며, 주인공 샘을 보호하는 임무를 지녔다. 무기 전문 아이언하이드는 모든 무기를 총괄하며 옵티머스 프라임의 보디가드 담당. 의료 전문 라쳇은 하는 일처럼 평소에는 구급차로 변신해 있는다는 식이다. 이와 맞서는 파괴자 디셉티콘 군단의 우두머리는 휴고 위빙이 목소리 출연하는 리더 메가트론이 돋보인다. 디셉티콘 군단의 리더로 막강한 파괴 능력을 지녔으며, 보통의 트랜스포머보다 서너배 큰 체격과 파워를 가지고 있다. 해킹 전문 프렌지는 멤버 중 유일하게 이동수단이 아닌 카세트 라디오로 변신하며 체구가 작은 만큼 침투기술 또한 뛰어나다. 이러한 로봇들의 면면은 선한 쪽인지 악한 쪽인지에 따라 평소의 기능도 정해지는데, 디셉티콘의 파괴 전문인 본크러셔는 평소 불도저로 변신해 있다. 바리케이드는 추적 전문으로, 주인공 샘과 오토봇 군단을 끈질기게 추적하며 이들의 위치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1984년에 방영된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인기를 끌어 만화와 게임으로도 제작되었다. 제너레이션1이라고 불렸던 첫 애니메이션 시리즈 방영이 인기를 끌지 제너레이션2를 비롯해 계속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건 당연한 귀결이다. <트랜스포머> 실사화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계기는 약간 엉뚱하다. 제작자인 돈 머피는 원래 <G.I.조>를 영화화하려 했으나 이라크전쟁 때문에 완구업체인 하스보로와 손잡고 <트랜스포머> 제작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 팬이었던 또 다른 제작자 톰 드산토는 관객이 전혀 보지 못했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트랜스포머>의 제작에 앞장섰다.

액션신에 1억5천만달러 들여

마이클 베이는 트랜스포머가 원래의 상자 같은 모양의 투박함을 벗었으면 했다. 육중한 느낌이 들지만 세부를 더욱 정밀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트랜스포머의 디자인에는 트랜스포머의 원래 고향이 외계라는 점을 감안한 외계의 느낌,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는 디테일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또한 중요했던 것 한 가지는 트랜스포머들의 눈이었다. 마치 카메라 셔터처럼 깜박이는 트랜스포머의 눈이 기계라기보다는 인간적인, 감정을 담은 어떤 것이 되어야만 했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워낙 잘 알려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변형이 거의 불가능했다. 다만 원래 상정되었던 크기보다 더 거대해졌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메가트론은 옵티머스 프라임과 반대로, 가능하면 인간적이지 않은 느낌의 얼굴을 만들었다. 마치 로봇계의 다스베이더 같은 느낌이라는 게 제작진의 성명이다. 마이클 베이는 크게 14부분으로 볼 수 있는 주요 액션장면을 위해 1억5천만달러를 들여 이 영화의 중심인 액션장면을 꼼꼼하게 손보았다.

마이클 베이가 <트랜스포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가장 핵심이 되는 장면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로봇이다. 눈앞의 자동차가 다음 순간 로봇이 되어 있다. 그것도 인간을 죽이는 로봇으로. 베이는 “내가 왜 이 영화를 하려고 하는 걸까 한참을 고민했다. 주변 사람들이 왜 이 영화를 하려는 거냐고, 애니메이션이냐고 물어보는 일도 있었다. 이 영화를 하겠다는 내 결정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은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원작의 특성 때문에 <트랜스포머>는 어린이용 장난감 세트를 해피밀로 파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가족용 액션영화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이가 원했던 것은 라이브 액션이 돋보이는 스펙터클한 영화였다. 감정적으로 이야기에 몰입할 여지도 있고, 로봇들이 눈요기도 하게 해주는.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는 슈퍼히어로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상시에는 일반인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옷을 바꿔 입으면 슈퍼히어로가 된다. <트랜스포머>의 로봇들도 그렇다.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 기계라는 생각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사라진다. 영민하고 잽싸며, 유머감각이 있는 트랜스포머들은 6월28일 극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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