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관객의 신경을 건드릴 만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다”
2007-07-03
글 : 김도훈
<디센트>의 닐 마셜 감독 서면 인터뷰

<디센트>의 때늦은 개봉이 의미하는 것 몇 가지. 첫째, 컴퓨터 화면 따위로 진가를 발휘할 수 없는 수작을 마침내 스크린으로 대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최근 개봉한 <뜨거운 녀석들>과 더불어 떠오르는 영국 장르 영화계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셋째, 올 여름에는 최소한 한편의 ‘무서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오는 7월5일 개봉을 앞둔 호러영화 <디센트>의 닐 마셜 감독과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현재 LA에 머무르며 차기작 <둠스데이>의 후반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디센트> 현장
<디센트> 현장

-많은 한국 관객은 <디센트>가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진짜로 무서운 호러영화’라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최근의 ‘고문영화’들과 달리 관객이 진정으로 즐길 만한 공포의 롤러코스터인 듯하다.
=정확한 지적이다. <디센트>는 최근 개봉한 어떠한 호러영화의 카테고리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영화일 것이다. 현재 호러영화 시장은 ‘위험에 빠진 십대 호러’나 ‘고문 포르노’만으로 가득하지 않나. <디센트>는 진짜 위기에 처한 신선한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호러영화이며, 관객 또한 주인공들의 공포에 능동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

-무엇으로부터 가장 커다란 영감을 받아 <디센트>를 만든 건가.
=다른 영화들. 특히 존 부어맨의 <서바이벌 게임>과 존 카펜터의 <괴물>, <샤이닝>이나 <에이리언> 같은 작품들로부터 큰 영감을 얻어서 <디센트>를 만들었다. 실제 삶에서 영감을 받는 일도 많다. 이를테면 동굴 탐사라는 행위는 정말이지 두려운 스포츠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폐소공포증 역시 무시무시한 공포의 한 종류가 아닐까. 호러영화감독으로서, 나는 관객의 신경을 건드릴 만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다.

-<디센트>를 만들면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일은 뭔가.
=믈론 어둠 속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 그러나 빛과 반사광의 숙련된 이용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왜 미국의 애팔래치아산맥을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했나. 스코틀랜드 산악 지대를 무대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매우 고립된 지역인 동시에 동굴 탐사로 널리 알려진 장소를 무대로 원했기 때문이다. 애팔래치아산맥 지역은 <서바이벌 게임>의 무대이기도 하다. 존경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어린 시절부터 장르영화에 미친 꼬마였을 듯하다.
=언제나 장르영화에 미쳐 있었다. 특히 어린 시절에 가장 사로잡혀 있었던 영화는 카펜터의 <괴물>과 <안개>였다. 두 영화는 어떻게 위대한 호러영화를 만드는가에 대한 교과서나 마찬가지다.

-아시아 호러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언젠가 <버라이어티>의 데릭 엘리는 <디센트> 속 여성들의 관계가 아시아 호러영화의 것과 닮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객이 동일시하고 감응할 수 있는 3차원적 캐릭터를 만든다는 뜻이라면, 물론이다! 나 역시 <디센트>가 아시아 감독들의 영화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렬한 인간의 이야기를 영화의 중심에 두는 방식 말이다.

-당신 영화에 들어 있는 ‘영국적인 감수성’을 스스로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영국의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 하지만 내 영화들에 분명한 ‘영국적 감수성’이 들어 있기를 바라는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기를 원한다. 최근 영국의 장르영화들이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영국 감독들이 예전보다 훨씬 오락적이면서도 국제적인 주제를 지닌 영화를 만드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덕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보기를 원하는 즐길 만한 영화 말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프로덕션의 완벽함이다. 350만파운드라는 저예산으로 이토록 훌륭한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니.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한정된 예산을 정말정말 최대한으로 이용해야만 했다. 매우 야심적인 프로젝트였다.

-그간 할리우드로는 진출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는데, 과연 풍부한 제작비의 유혹을 견딜 수 있겠는가.
=지금은 영국 바깥에서도 일하고 싶다. 할리우드로 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던 건 거기서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나에게는 너무 더우니까!! 나는 이미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돈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결과로 보자면 매우 비옥하고 협력적인 직업인 듯하다.

-차기작인 <둠스데이> 이후 작품들에 대한 수많은 루머들이 인터넷에서 오가고 있다. <아웃포스트> <셜록 홈스> <아홉 번째 군단> 등 거론되는 영화만 한둘이 아니다.
=옵션을 활짝 열어두고 싶어서 동시다발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금이야 <둠스데이>에 좀더 집중하고 있지만 언급한 프로젝트들 역시 하나도 손에서 놓고 싶지가 않다. 누가 알겠는가, 미래에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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