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현지보고] “호머 심슨 최악의 실수담이 될 거다”
2007-07-10
글 : 황수진 (LA 통신원)
<심슨가족: 더 무비> 원작자 맷 그로닝과 데이비드 실버먼 등 관계자 인터뷰

1989년 처음 TV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래 미국의 스프링필드에 살고 있는 블루칼라 중산층 호머 심슨과 그의 가족의 좌충우돌을 그리고 있는 <심슨가족>은 해외에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다. <심슨가족: 더 무비>의 극장 개봉을 앞둔 지난 4월18일, LA의 이십세기 폭스사에서는 <심슨가족: 더 무비>의 원작자인 맷 그로닝, 이번 작품의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실버먼 그리고 오랜 세월 심슨 가족과 함께한 작가 겸 프로듀서 알 진, 제임스 브룩스, 마이크 스컬리가 해외 기자들과 조촐한 만남을 가졌다. 영화 전체가 아닌 몇몇 컷들만 공개된 상태라 극장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심슨가족> 탄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더 많이 오갔다. 그다지 나이를 먹지 않은 심슨과 달리 20년 전을 회상하는 제작진들의 눈빛에서는 묘한 감회가 느껴졌다.

-<심슨가족: 더 무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맷 그로닝: 호머 심슨의 최악의 실수담에 대한 서사적 이야기라고 할까.

-왜 이 이상한 가족들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고 생각하나.
=맷 그로닝: 서로 못살게 구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가족 시트콤의 본질이다. 우리는 거기에서 좀더 나아가고 좀더 과장하는 것뿐이다. 가족은 본질적으로는 서로 사랑하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가장 짜증나게 만들고 미치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지 않나.

-그렇지만 선을 그어야 하지는 않나.
=맷 그로닝: 초창기에 호머가 바트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논의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목졸라 죽이는 것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웃음) 그렇지만 이러한 과장된 문법이 애니메이션에서 가능한 특성이기도 하지 않는가. 심슨은 우리가 자제하고 있는 충동적인 행동을 발산하는 대역이라고나 할까.

-영화판이 훨씬 이전에 나왔을 법도 한데, 지금까지 기다린 이유는.
=알 진: 거기에 대한 거창한 대답은 없다. 사실 영화판을 만들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많았고, 정말로 원하지 않는 한 섣불리 앞으로 나아가길 꺼렸다고 해야 하나. 이제 영화판이 나오게 된 것은 지금이 적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TV시리즈의 성공만으로도 이미 꿈을 이룬 셈이다. <심슨가족> 이전 30년 동안은 프라임 시간대에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편성된 적이 없었으니까. 시즌마다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 되지 않을까 하고 작업한 지 20년이 되어간다.
=데이비드 실버먼: 덧붙이자면, 90년대에는 TV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영화판도 함께 만들 만한 실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영화판은 TV시리즈와 어떻게 다른가.
=알 진: 영화판은 고유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25분짜리 에피소드 4개를 붙여놓은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웃음의 리듬을 맘껏 펼쳐 보일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의 플롯이나 세부 내용에 대한 비밀 유지가 대단한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알 진: 사람들이 이번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고, 우리는 그들의 관심을 계속 정점인 상태에 두고 싶을 뿐이다. 사람들은 비밀을 좋아하니까.

-해외시장에서도 만족할 만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제임스 브룩스: 나는 호머란 인물이 다른 나라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미국인 말이다. 아마 그래서 해외에서 먹혔을 수도. (웃음) 호머 심슨이 상징하는 블루칼라 주인공은 전세계 어디에나 존재한다. 호머는 도넛을 원하고, 맥주를 원하고, 자고 싶어하고, 게으르기까지 하다. 우리 모두 이런 일차적인 욕구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호머는 욕구를 실제로 실천한다는 거다. 우리는 그를 보면서 우리가 더 낫다라고 스스로 위안하게 된다.

-<심슨가족>을 3D로 제작할 의향은 없나.
=맷 그로닝: 컴퓨터그래픽으로 렌더링된 이미지는 심슨가족의 고유한 모습보다 못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그들은 2D드로잉으로 창조된 캐릭터들이니까. 물론 20년을 지내오면서 우리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래 내가 그린 심슨가족은 흑백 드로잉이었다. 거기에 조지 펠루스가 지금의 노란 피부색을 입혔다. 내가 그 컨셉을 받아들인 것은 시청자가 TV채널을 돌릴 때마다 <심슨가족>이 언제든지 눈에 들어올 만큼 독특했고, 더 나았기 때문이다.

-TV시리즈에 대한 배경이 없는 관객도 이번 영화를 무리없이 감상할 수 있나.
=알 진: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를 따라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거꾸로 TV쇼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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