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 Review 한동안 할리우드 뮤지컬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나 몇몇 작가들의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기획들에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뮤지컬의 매력이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장르 자체가 형성한 자족적이고 꿈 같은 세계로 관객을 이끄는 데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하여 바즈 루어만은 마틴 스코시즈의 <뉴욕 뉴욕>이나 밥 포스의 <올 댓 재즈>에 나온 자의식 강한 주인공들 대신 고전 뮤지컬의 인물들을 내세워 삼각관계 구도를 만든다. 이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놓고 그들이 공연하는 극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내기를 벌인다.
<댄싱 히어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 바즈 루어만의 신작 <물랑루즈>는 야심만만하게 할리우드 뮤지컬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붉은 커튼 앞에 선 지휘자의 손짓과 함께 막이 오르면 무성영화적인 스타일로 만들어진 영화사 로고, 타이틀, 그리고 오프닝 신이 차례로 떠오른다. 여기서 디지털 효과는 무성영화시대의 채색공정이 만들어낸 주홍빛 화면을 흉내내기 위한 의고적 수단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카메라는 세기 전환기 파리의 복잡한 골목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누비고 다닌다. 당대의 분위기를 충실한 고증에 의거한 시각적 정확성을 통해 제시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지난 세기 이미지와 음악의 역사로부터 추출해낸 요소들이 어지러이 뒤섞여 이루어진 가히 SF적인 무국적의 공간을 창출해내는 것이 바즈 루어만의 기획이었으리라.
따라서 다분히 할리우드 고전기 백스테이지 뮤지컬의 플롯을 차용하고 있는 <물랑루즈>에 <푸른 천사>의 마를렌 디트리히,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와 밥 포스 영화(<스위트 채리티> <카바레>) 속 무희들의 그림자가 동시에 어른거리고 있는 것은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그들의 움직임은 만화적인 왜곡을 거쳐 다시 보여진다. 영화에 사용된 뮤지컬 넘버들 또한 클래식에서부터 팝과 고전 뮤지컬 넘버들, 그리고 너바나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이다.
대니 보일 영화에서 이미 뮤지컬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이완 맥그리거와 두개의 세기 전환기- 슈니츨러와 큐브릭이 각각 경험했던- 분위기가 묘하게 결합된 <아이즈 와이드 셧>에 출연한 니콜 키드먼이 작가 크리스티앙과 댄서 창부 샤틴을 맡아 연기한다. 기묘한 신세기 뮤지컬 <물랑루즈>는 올해 칸영화제 오프닝작으로 상영되었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