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갈등과 기쁨, 슬픔을 모두 에워싸는 판타지
2007-07-13
글 : 강병진
사진 : 오계옥
<별빛 속으로>의 황규덕 감독

영화 <별빛 속으로>는 쓰라린 꿈에서 깨어난 한 남자가 다시 꿈을 복기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등화관제와 국기하강식이 일상이었던 70년대를 배경으로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몽환적인 판타지로 그려낸다. 하지만 <꼴찌에서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 <철수 영희> 등을 연출한 황규덕 감독은 이 영화에서 유령영화와 미스터리, 반전을 한데 엮으며 녹록지만은 않은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 덕분에 사실 그 자신도 <별빛 속으로>의 장르를 확실히 규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장르를 구분하던 사람들이 아니지 않나. 굳이 장르를 규정하자면 판타지 멜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저 두 커플이 각자의 첫사랑을 이루는 이야기로 봤으면 좋겠다. (웃음)”

“한때는 리얼리즘만이 영원한 이데올로기”일 줄 알았던 황규덕 감독이 판타지를 받아들이게 된 건 프랑스에 체류할 때부터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돌며 “갈등과 기쁨, 슬픔을 모두 에워싸는” 예술의 속성에서 자연스럽게 판타지를 떠올렸지만 언제나 리얼리즘을 줄기 삼았던 그에게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 때문인지 <별빛 속으로>에서는 대공사격의 유탄들이 별빛으로 묘사되고, 서치라이트가 비추는 밤하늘이 꿈결처럼 그려지며 현실과 판타지가 밀접하게 조우한다. 뿐만 아니라 순제작비 9억원이란 숫자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판타지의 색채 또한 화려하다. 제작을 맡은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부터 각본가, 그리고 자신의 인건비까지 정산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했을 정도. 그러나 감독 자신은 저예산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서 게임 값을 치르는 것뿐이다. 자본에 휘둘리는 건 굴종 같다.” 본격적인 판타지를 맛본 그의 다음 작품은 <별빛 속으로>보다 더욱 격한 판타지영화가 될 예정. 다시 열악한 제작환경과 맞서야 하겠지만, 조급하게 만들려는 생각은 없다고 한다. “운이 따라줘야 영화도 만드는 것 같다. 영화도 세상살이와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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