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동화와 민담에서 영감을 얻는다
2007-07-13
글 : 김민경
사진 : 조석환
<물고기공주>의 데이비드 카플란 감독

<물고기공주>는 지난 1월 열린 2007년 선댄스영화제에서도 단연 주목받았던 애니메이션이다. 마치 인상주의 회화처럼, 경계가 모호한 갖가지 색채들이 엉키고 뭉개지며 아름다운 화면을 만든다. 데이비드 카플란 감독은 디지캠으로 촬영한 실사 화면에 디지털 페인팅을 입혀 <물고기공주>의 몽환적인 비주얼을 만들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웨이킹 라이프>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물고기공주>는 시지각에 대한 카플란 감독만의 고민의 산물이다. “대상이 사람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고민했다. 그 결과 대상을 선으로 명확히 구분된 객체로 표현하지 않고 색채의 덩어리로 보이게 했다. 샤갈과 세잔이 대상을 재현하는 접근법을 많이 참고했다.”

<물고기공주>는 뉴욕 차이나타운의 불법안마소를 배경으로 한 한편의 신데렐라 동화다. 다만 왕자님이 없고, 요정 대모 대신 기괴한 점술가와 신비한 물고기가 등장한다는 게 다르다. 카플란 감독이 택한 원작이 18세기 찰스 페로 버전의 <신데렐라>가 아니라 그보다 오래된 9세기 당나라의 전래동화이기 때문이다. “중국 동화에 나온 자꾸만 커지는 물고기의 이미지가 굉장히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동화는 옛날 버전일수록 이야기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여주인공들도 훨씬 능동적이고 매력적이다.” 문학을 전공한 카플란 감독에게 중세 동화와 민담은 영감의 원천이다. 제1회 부천영화제서도 소개됐던 실사 단편 <빨간 모자>(크리스티나 리치가 주연했다)를 비롯해 줄곧 동화적 모티브를 변형한 작품을 만들었다. “원래 동화는 옛날 사람들의 욕망과 관습, 무의식을 다각도로 반영한 이야기였다. 현대의 동화는 원형에 내재한 인간의 잔인함과 섹슈얼리티를 모두 걷어내고 어린이용의 ‘안전한’ 오락으로 다듬어냈지만, 원형의 동화는 훨씬 강렬하다. 동시에 아주 비주얼하다. 영화로 옮기기 매우 흥미로운 테마 아닌가.” <헨젤과 그레텔> 등의 동화와 민담들이 그가 요리할 다음 재료로 도마에 올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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