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저예산 호러영화 <뱀파이어의 일기>
2007-07-13
글 : 김도훈

<뱀파이어의 일기> Vampire Diary
마크 제임스, 필 오셰아/ 영국/ 2007년/ 88분/ 월드판타스틱 시네마

영화감독인 할리는 뱀파이어를 추종하는 런던 고스(Goth)족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는 작업을 한다. 물론 고스족들이 추종하는 것은 진짜로 피를 부르는 제전이 아니다. 그들이 즐기는 것은 강렬한 테크노 음악과 검은 가죽옷으로 둘러싸인 패셔너블한 라이프 스타일일 따름이다. 할리는 고스족 클럽에서 아름다운 흑발의 여인 비키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동시에 런던에서는 피를 모조리 빨린 채 살해당한 고스족 희생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건 뱀파이어를 가장한 하드코어 고스족의 범죄일까. 의심하던 할리는 자신과 사랑에 빠진 비키가 실존하는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져든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사랑은 물릴 수도 없는 일인데다가 급기야 비키는 뱀파이어 아기를 임신 중이다. 비키의 일거수일투족을 캠코더로 기록하기 시작한 할리는 친구들을 살해해서라도 그녀에게 신선한 피를 공급하기 시작한다.

디지베타로 찍힌 <뱀파이어의 일기>는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의 형식을 느슨하게 빌려온 저예산 호러영화다. 마크 제임스와 필 오셰아 감독은 주인공들의 손에 들린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 화면의 영상 실험을 통해 ‘뱀파이어 도시전설’을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고스 문화와 접합한다. 거칠게 흔들리는 화면으로 찍힌 런던 젊은이들의 문화 탐방을 참아내고 나면 의외의 쇼크가 강타하는 호러영화이자 근사한 레즈비언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고스족 친구들은 뱀파이어 아기를 세상에 태어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비키에게 헌납한 채 죽어가고, 할리와 비키는 종합 병원의 혈액을 털다가 들켜서 경찰에 쫓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닷가의 작은 오두막에서 <뱀파이어의 일기>는 스산하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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